펜스 “北 구체적 조치 기다려”

金 워싱턴行 항공기 탑승 직전
실질조치 내놓으라는 對北압박

소식통 “金, 19일 항공기 귀환”
당초 1박2일서 체류 연장할 듯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에 임박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해 미·북이 회의장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 부위원장 간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면서 2차 미·북 정상회담 역시 갈림길에 섰다는 관측이다. 한국에서는 양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제재 일부 해제에 합의할 경우 북핵을 안고 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16일 재외공관장 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 국민과 역내 우리 동맹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사전 논의를 위해 김 부위원장이 17일 오후 6시 25분 중국 베이징(北京)발 미국 워싱턴DC행 유나이티드 항공 UA808편 티켓을 발권해 놓은 상태에서 다시 비핵화 조치 압박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여전히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만족할 만한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도 같은 티켓을 발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위원장은 1박 2일이던 체류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해 미국에 2박 3일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소식통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미국 동부 현지시간으로 18일 돌아오는 항공편을 예약했으나, 귀환 일정을 다시 19일 오후 3시 35분 에어차이나 항공편으로 바꿔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는 김 부위원장 방미 여부 자체에 대해 신중 모드로 나오고 있다. 국무부는 16일 김 부위원장 방미와 미·북 고위급 회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면담 여부 등에 대한 문화일보의 질의에 “지금 발표할 회담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미·북 물밑접촉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사이에 있는 교집합이 아직 맞춰지지 않으면서 김 부위원장의 방미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트위터나 발언에서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 역시 이러한 상황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미국과 북한은 2차 미·북 정상회담 장소를 협상 중이며 그리 머지않아 발표될 것”이라고 말한 뒤 북한 문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간 고위급 회담의 성공 여부가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내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폼페이오 장관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고위급 회담과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