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이사회서 근절대책 발표
문화연대 등 비판 기자회견

대한체육회가 체육계 폭력·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체육회가 사태를 키운 장본인이고,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아테네홀에서 열린 체육회 이사회에서 “그동안 내부 관계자들이 징계와 상벌에 관여하면서 발생한 관행과 병폐로 자정 기능을 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유도 선수 출신 신유용 씨도 고교 시절 지도자 A 씨로부터 성폭행에 시달렸다고 밝히면서 체육계 ‘미투(Me Too)’가 확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성폭력 가해자 영구제명 및 국내외 취업 원천 차단과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조적 개선방안 확충, 성폭력 조사 및 교육의 외부 전문기관 위탁, 선수 육성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이 회장은 “회장 직속기구로 전문가와 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하는 피해 선수를 위한 관리·보호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구성할 것”이라며 “조직적인 은폐나 묵인·방조를 하는 회원종목단체를 즉시 퇴출하고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이를 무기로 부당한 행위를 자행하는 것을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체육회는 또 이사회 직후 예정됐던 신임 선수촌장과 사무총장 등 인선 발표를 연기했다. 선수촌장으로 거론됐던 김성한 전 프로야구 KIA 감독은 인선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감독은 KIA 사령탑 재임 시절 선수를 방망이로 폭행한 전력이 있어 선수촌장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이후 논란이 됐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비슷한 시각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등은 “성폭력을 방조하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트리고, 체육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시작은 체육회장의 사퇴”라며 “체육계에서 반복된 성폭력을 방관·방조한 직접적인 책임이 체육회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회장의 파면을 요청하는 청원이 쇄도했고, 300개가 넘는 문화체육·여성·인권 시민단체에서도 이 회장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했다”며 “인권의식과 시대적 과제와 무관하게 자신들의 안위만을 보호하는 지금의 체육회는 우리 사회를 후퇴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허종호·윤명진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