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철도 연결 행사 7억 편성

美제재 위반여부 미해결 상황
성대하게 치러질 것이란 관측
韓·美 갈등 확대·재연될 우려

정부 “실제 삽 뜨는 것 아니라
위반 아냐… 시작의 의미일 뿐”

남북이 26일 개최하기로 합의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착공식이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가 착공식에 7억200만 원의 비용을 편성한 만큼 비교적 ‘성대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체적 지출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착공식의 대북 제재 위반 여부와 관련해 한·미 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양국 간 갈등이 재연되거나 행사 일정과 방식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착공식에 대한 한·미 간 협의는 21일 한·미 간 워킹그룹 세 번째 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남북관계와 북한의 비핵화 등 전반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주요 의제는 남북 철도 착공식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워킹그룹 회의에서 착공식에 대한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경우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으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18일 “착공식과 관련,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이 생기지 않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착공식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은 착공식이 실제 공사의 삽을 뜨는 게 아니라, 일을 시작한다는 의미의 착수식인 만큼 대북 제재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본 공사는 대북 제재 완화와 해제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더 필요하고, 제재 상황이 변하면 바로 공사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차원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남북이 행사 일정과 규모 등을 모두 확정해 놓은 뒤, 시일을 닷새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미국과의 조율에 나서는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 방식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착공식 자체에 대한 대북 제재 면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과 별도로, 착공식 당일 열차를 이용해 방북하는 방안 역시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부는 차량 이동보다 열차 방북이 착공식의 상징성을 살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내부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11월 3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진행된 경의선·동해선 철도 공동조사만 해도 경유와 발전기 등 유엔 대북 제재 품목의 대북 반출 때문에 유엔사의 통행 승인과 유엔 대북 제재 면제를 받아내는 데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남북 철도 사업에 대한 포괄적인 대북 제재 면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착공식 열차 방북으로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