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에 조문객들 발길 이어져
육사동기들 SNS로 유서 올려
“표적·과잉수사 행태 잘못됐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에는 발인을 하루 앞둔 10일까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 전 사령관의 육군사관학교 동기, 지인 등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 전 사령관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 끝에 죽음을 택한 데 대해 슬퍼하고 분노했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이 전 사령관의 빈소에서 만난 육사 동기(37기) 성모 씨는 “지난주 금요일 경찰병원에서부터 시작해서 계속 빈소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성 씨는 “재수가 퇴역한 동기들을 많이 보살폈다”며 “이번 수사에서도 다 책임지려고 이런 결정을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전 사령관의 다른 동기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동기생 남모 씨는 이 전 사령관의 유서 전문을 개인 SNS 계정을 통해 공유하며 “가슴이 미어지고 피눈물이 쏟아집니다. 조선의 당파싸움 같아서 절망스럽군요”라고 적었다. 또 다른 동기생 정모 씨는 SNS에 올린 글에서 “이재수 장군 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침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정 씨는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홈페이지에 건의사항으로 이 전 사령관 분향소를 전국에 설치할 것을 요청하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정 씨는 이 게시글에서 “진정한 참군인 이재수 장군의 추모를 위해 전국 분향소 설치를 추진해 회원들의 빈소 방문 여건을 만들어 주시길 정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육사 2년 후배라고 소개한 류모 씨는 전날 오후 조문을 마친 후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자신에게’를 실천하려 하셨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류 씨는 “국가 재난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생각하고 행했던 모든 일이 범죄로 치부된 데다 부하들이 범죄자가 돼 구속돼 있는 것을 고인이 못 견뎌 하셨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의 유서 제일 첫 줄에는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이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그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해 안타깝다’고 적혀 있었다.

재미수필가인 이계송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은 최근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청산의 정치적 의미를 이해하면서도 이런저런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어렴풋이 조선의 사화(士禍)까지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자신을 이 전 사령관과 사업 관계로 만나왔다고 소개한 A 씨는 “사업 관계로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이지만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이 갑작스럽게 떠났다”며 “남 일 같지 않아 내일도 오려 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와 정치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전날 빈소를 나오면서 “이재수 장군은 명예를 중히 여긴 군인이었다”며 “그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세상을 떴는데 이제는 우리가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도 조문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표적수사, 과잉 수사, 경우에 따라서는 별건 수사라고도 하는 이런 수사 행태는 다들 잘못됐다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배현진 비상대책위 대변인, 송석준·주호영 의원 등도 조문을 다녀갔다. 이 전 사령관과 고교 시절부터 친구인 박지만 EG 회장은 일본 체류 중이어서 조문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규·전세원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