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脫원전 정책 계속 유지하면
요금인상 불가피 솔직히 밝혀야”

‘탈(脫)원전’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여당이 전기요금 개편 문제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국민 불만을 사고 있는 누진제의 개편은 물론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의 조정이 눈앞의 숙제이지만,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커진 상황에서 여당이 이를 선뜻 받아안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거나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음을 먼저 솔직히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7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기요금 누진제와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전기요금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 유가 인상뿐만 아니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가동 가능한 원전이 조기 폐쇄되거나 지나친 안전기준으로 인해 다수 원전의 가동이 중단돼 최근 한국전력공사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콩값보다 두부값이 더 싸다”며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포함한 전기요금 개편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누진제 개편안과 산업용 경부하 요금 조정안의 시나리오를 내부적으로 정하고 이를 더불어민주당에 구두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당은 전기요금 개편이 인상 쪽에 무게가 실리는 점 등으로 인해 이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여당 소속인 이원욱 의원이 “장기적으로 주택·산업용 등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 내부에선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읽힌다. 정부·여당은 “현 정부 내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이미 공언해놓은 상황이다.

야당은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며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선 여론과 표를 의식해 묵묵부답인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야당은 이날 열린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에서도 전기요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신 정부·여당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정식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탈원전 정책을 지속할 경우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왜 정부·여당이 공개하지 않느냐”며 “표가 무서워 전기요금 얘길 꺼내지 못하면 탈원전 정책을 포기해야지 왜 숨기고 거짓말을 하고 있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