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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적인 삶일까. 아름답게 나이가 들어가며 행복하게 살다가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까. 6일 개봉하는 일본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감독 후시하라 켄시)에는 이런 고민에 대한 명쾌한 답이 담겨있다. 또 안식처로서의 집의 개념과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전해주며 잘 먹고 잘사는 법도 알려준다.

지난 2014년부터 2년간 촬영해 만든 이 다큐는 일본 아이치(愛知)현 가스가이(春日井)시 고조지(高藏寺) 뉴타운에 자리 잡은 49㎡(약 15평) 단층집에서 사는 90세의 쓰바타 슈이치(오른쪽 사진) 할아버지와 87세의 쓰바타 히데코(왼쪽) 할머니 부부의 일상을 담담하게 펼쳐냈다. 노부부는 울창한 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작은 숲을 만들어놓고,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간다. 할머니는 정원에서 직접 재배한 감자, 오이, 무, 토란, 아스파라거스 등 70종의 채소와 딸기, 감, 체리, 라임, 무화과, 매실 등 50종의 과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건강한 밥상을 차린다. 할아버지는 예쁜 글씨로 ‘죽순아 안녕’ ‘여름 밀감, 마멀레이드가 될 거야’ ‘능소화, 붉은 꽃의 터널을 즐겨보세요’ ‘작약, 미인이려나?’ 등을 적은 노랑 팻말을 만들어 할머니의 정원에서 자라는 채소와 과일, 꽃 옆에 꽂아준다.

1950년 도쿄(東京)대 요트부 주장이던 할아버지가 한다(半田)시에서 열린 국민체육대회에 참가해 200년 된 이 마을 양조장 창고를 숙소로 사용하며 양조장 집 외동딸인 할머니를 만나 결혼했다. “‘사랑’을 입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남편이 하고자 하는 일을 반대하지 않고, 되도록 좋은 쪽으로 해주려 했다”는 할머니의 말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 다큐는 또 자연친화적인 건축과 올바른 도시재생에 대한 깊은 고찰도 담아냈다. 전후 주택 재건을 위해 만들어진 일본주택공단 창설과 동시에 입사한 할아버지는 1961년 고조지 뉴타운 건설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산등성이에 건물을 지어 지형의 특징을 강조하고, 마을에 숲을 남겨둬 바람이 오가는 길을 틔우겠다는 할아버지의 계획은 경제발전 논리에 밀려 무산됐다. 결국 산은 깎였고, 계곡은 묻혔으며 나무는 잘려나갔다. 그 위에 성냥갑을 세워 놓은 것 같은 황량한 도시가 조성됐다. 할아버지는 꿈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 위해 뉴타운에 991㎡(약 300평)의 땅을 매입해 집을 짓고, 나무를 심었다. 할아버지는 자신과 같이 집마다 작은 숲을 만들면 커다란 숲에 들어가서 사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생각했고, 40년이 지난 후 그의 생각대로 도시에 새로운 녹색 저장고가 생겼다.

할아버지는 집 앞 마트에서 초밥을 파는 직원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할머니는 수확한 과일과 채소를 주위에 나눠준다. 또 손녀가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촬영이 1년 정도 진행됐을 즈음에 정원의 잡초를 뽑은 후 잠을 청했다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할머니는 “지금부터 열심히 살 테니까 걱정 마세요. 혼자서 외롭겠지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하며 할아버지를 떠나 보낸다.

지난 9월 별세한 일본 국민배우 기키 기린의 따뜻한 내레이션이 노부부의 아름다운 삶을 빛내준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여문다／차근차근 천천히”. 전체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