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韓·中·日 아세안 각축전

中·日 등 대규모 지원 공세
경제 기반한 물량공세 아닌
지향점 차별화·후방 효과도

문재인 대통령의 13∼18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동남아 순방 이후 정부의 대(對)아세안 전략인 ‘신남방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이 지리적·경제적 중요성을 갖는 아세안 지역에 대한 적극적 투자에 나서면서 이미 아세안 공략에 나선 중국·일본과의 3각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사람(People)·평화(Peace)·번영(Prosperity) 등 ‘3P’를 앞세워 중·일과 차별화된 협력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19일 한국의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은 아세안 지역의 전략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 일찌감치 대규모 지원을 해오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하에서 아세안 지역 등 전 세계에 대외원조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규모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총 3500억 달러(약 39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의 대아시아 원조 금액은 전체의 30.5%로, 아프리카(51.8%)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액수다.

일본도 ‘커넥티비티(연결) 이니셔티브’ 기조하에 대아세안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경제적 패권 확보를 목적으로 아세안 지역에 공적개발원조(ODA)를 집중해 자원을 확보하고 수출시장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것. 2011년부터 아세안커넥티비티조정위원회와 일본커넥티비티대책위원회 간 정기 회의를 개최하고 있고, 2012∼2016년 전체 원조액의 37.9%를 아시아에 투입했다. 여기에는 아세안 회원국인 베트남·인도·이라크·미얀마·방글라데시가 포함됐다.

하지만 중국의 대외원조는 무상원조보다는 유상원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수혜국도 그만큼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일대일로’와 병행하는 ODA로 해상 운송로를 확보하거나 불건전 사업인 카지노 개발 등을 추진한다”며 “이에 따른 수원국의 피로감이 늘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17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CEO 포럼 연설에서 ‘일대일로’의 영어명인 ‘원벨트 원로드(One Belt and One Road)’를 빗대면서 “미국은 허리띠를 죄거나 일방향 도로를 가지는 않으며, 파트너를 빚의 바다에 빠뜨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아세안 회원국인 말레이시아·캄보디아·미얀마는 최근 중국의 대외원조 관련 부정부패 및 채무부담 등을 이유로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해 ‘자유롭고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주창하면서 자국 이익 우선의 ODA 전략을 공공연히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신남방정책을 위한 한국의 대아세안 전략은 중·일의 경제적 이익에 기반한 물량 공세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이카도 향후 5년간 매년 110%씩 아세안 대상 지원 규모를 늘려나갈 예정이지만, ‘사람’을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ODA 사업에 관여하는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아세안 지역에 대한 ODA나 협력 과정에서 ‘사람과 평화’라는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후방효과로 번영, 즉 경제적 가치라는 요소가 따라오도록 견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3P 중심의 대외 원조를 통해 지향점의 차이뿐만 아니라 ODA 방식에서도 중국·일본과의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