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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정치학

현행 소선거구제 결함엔 공감
死票로 인한 대표성 위기 심각
중대선거구제 역시 같은 허점

소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
현실적이나 議席 확대 불가피
정치不信 불구하고 검토 필요

전 세계적인 관심 속에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는 선거제도가 선거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줬다. 하원에서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한 민주당은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4671만 표를 획득, 3388만 표를 획득한 공화당보다 1200만 표가량을 더 얻었음에도 패했다. 이는 미국의 정치 제도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지만, 선거가 다수의 의견 대변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기대와 다른 결과다.

선거제도가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왜곡시킬 수 있음은 우리의 경우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가장 최근인 2016년 제20대 총선 결과를 보면,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은 각각 25.5%와 33.5%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전체 의석(議席)의 41.0%, 40.6%에 해당하는 123석과 122석을 획득했다. 반면, 각각 26.7%와 7.2%의 득표율을 기록한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득표율에 크게 못 미치는 38석과 6석에 그쳤다.

사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선거제도가 유권자의 대표성을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은 선거 때마다 제기돼 온 이슈다. 이번에도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제도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정의당 소속 심상정 위원장은 대표성과 비례성 제고를 목표로 한 선거제도 개혁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개혁의 초점은 두 가지다. 우선, 현행 소선거구제가 초래하는 문제점의 개선이다.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를 선출하기에 거대 정당에 유리하고 군소정당에 불리한 제도이며, 당선자를 제외한 후보들에게 던져진 표들은 이른바 ‘사표(死票)’가 돼 대표성의 문제를 초래한다. 그러나 이의 개선을 위해 제시된 중대선거구제와 도농복합선거구제 등은 ‘사표’를 줄이는 효과는 있겠으나, 오히려 적은 득표의 당선자가 나오기 쉬운 까닭에 대표성을 제고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대중 정당에 기반하지 않은 우리의 정당 체제를 볼 때 군소 정당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선거구 통합과 재획정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논란만 가중할 가능성이 더 크다.

두 번째 제도 개선의 초점은, 정당의 득표율이 의석수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왜곡을 최소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 득표율과 의석수의 비례성 제고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안되고 있다. 이는 정당의 전체 의석수를 득표율에 기반해 할당한 후, 지역구 당선자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를 합산, 연동해 정당의 최종 획득 의석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 수의 비율이 정당득표율을 웃돌 경우 지역구 당선자 수가 해당 정당의 획득 의석수가 되고, 이에 못 미칠 때는 그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할당하는 것이다.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제도라 할 수 있다.

결국,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제도 중에서 현실적으로 채택 가능성이 큰 제도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이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이 의도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전체 의석수에서 비례대표의 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의원 스스로가 지역구의 수를 자발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국회 정수 확대를 통해 비례대표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밖에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대단히 낮은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정수 확대에 대해 여론이 극히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현행 제도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거대 정당들이 제도 개선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실제로 이전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여당은 여론을 배경 삼아 구체적인 논의에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행 선거제도가 가져오는 문제점이 제도 개선을 통해 완화될 수 있다면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 현 제도는 정당에 대한 지지가 온전히 의석수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선거를 정책 홍보의 장이 아닌 흑색선전과 가짜뉴스 등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비난에 집중하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현재의 높아진 유권자들의 의식과 참여 의지가 국회의원들에게 무서운 회초리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원정수 확대로 인한 문제보다 제도 개선을 통해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