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과 정치 불안으로 인해 최근 3년여 동안 베네수엘라 탈출에 나선 국민이 10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좌파 포퓰리즘 정치의 끝이 결국 국민을 외국으로 내모는 ‘베네수엘라 엑소더스’로 귀착되고 있다는 평가다.

8일 유엔난민기구(UNHCR)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15년부터 최근 3년여 동안 100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콜롬비아로 이주했고, 페루에도 50만 명이 유입되는 등 모두 300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고국을 떠나서 이웃 나라를 배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베네수엘라 난민들은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 칠레,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에 흩어져 살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 역시 콜롬비아와 페루 정부가 개방적인 이주민 정책으로 베네수엘라 난민을 수용하고 있지만 조만간 한계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두아르두 스타인 UNHCR-IOM 베네수엘라 담당 특별 대표는 “이들(콜롬비아·페루)의 수용 능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어 국제 사회로부터의 보다 강력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콜롬비아 정부도 최근 UNHCR에 난민 수용에 대한 보고서를 보내며 “매일 3000명의 베네수엘라 난민이 수도 보고타로 들어오는데 2021년이 되면 그 수가 4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영국의 가디언은 “300만 명에 육박하는 난민 중 상당수는 직업을 얻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UNHCR의 발표와 해외 언론들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일축하면서 경제 위기의 원인을 미국 등 서방세계로 돌리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매장량을 자랑하며 1950년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4위를 차지했던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한 후 전면적 무상복지를 남발하면서 경제가 완전붕괴로 치닫기 시작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던 2000년대 중반까지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유가가 떨어지자 포퓰리즘 정책도 한계에 직면했다. 베네수엘라의 올해 예상 물가상승률은 100만%로 ‘베네수엘라 엑소더스’의 행렬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