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3명·기관 9곳 등에 단행
러의 크림반도 불법합병 관련
부당이익 추구·납치고문 혐의

11일 ‘1차대전 기념식’ 서 예정
美러정상회담도 실무오찬 축소

미국 정부가 중간선거 이틀 뒤인 8일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관련해 개인 3명과 기관 9곳에 대해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한 민주당이 러시아 게이트(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와 관련해 문서조사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조사 발표가 다가오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리 러시아와 거리를 두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슈 휘터커 법무장관 대행을 통해 러시아 게이트가 친민주당 인사들의 ‘완전한 조작’이라고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에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 3명과 기관 9곳은 크림반도 불법 합병을 통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러시아와의 합병을 반대한 인사들을 납치해 고문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으로 지목된 블라디미르 자리트스키는 러시아 미사일·포병 부대 최고사령관 출신으로 크림반도 합병 후 호텔 사업을 추진해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장교 출신으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반대하는 소수민족인 코사크 족 인사들을 납치 고문한 안드리 볼로디미로비치 수시코도 이번 미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올랐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경제적 이익이라는 점을 선전하기 위해 합병 직후 얄타에 리조트를 세운 호텔 회사인 므리야 리조트 앤드 스파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시걸 맨델커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범죄 담당 차관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 합병 및 점령으로부터 이익을 추구하려는 러시아 관련 기관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 직후에 전격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을 앞두고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푸틴 대통령과 파리에서 열리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를 맞아 현지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지만 지난 7일 실무 오찬으로 축소했다. 또 이번 러시아 추가 제재는 이번 달 중 예정된 뮬러 특검의 러시아 게이트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러시아와 밀월설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 CNN은 8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뮬러 특검이 최종 보고서 작성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하루 뒤인 7일 뮬러 특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스스로 포기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전격 해임하고 충성파인 매슈 휘터커 법무장관 비서실장을 법무장관 대행으로 임명하는 카드를 통해 러시아 게이트 선제적 방어에 나섰다. 휘터커 대행은 지난해 3월 “러시아 게이트는 조사결과 완전한 조작인 것으로 입증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은 8일 세션스 장관 사임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하원 긴급 청문회와 뮬러 특검 보호 법안 발의를 요청해 벌써부터 워싱턴 정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