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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으로서 지켜보기 안타까워”

“조계사 오른편 구석진 곳에 방치되다시피 서 있는 충정공 동상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로 들어가다 보면 오른편에 사적 제213호인 우정총국 건물이 있고 그 뒤로 작은 공원 안쪽 깊숙한 곳에 동상이 하나 서 있다. 바로 충정공 민영환의 동상(사진)이다.

워낙 구석진 곳에 있는 데다 여름철에는 노숙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장소라 서울의 중심가인데도 행인들의 발길이 좀처럼 미치지 않는다.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도 일부러 안내문을 확인하고서야 ‘아, 이게 민영환의 동상이구나’하는 표정을 짓기 일쑤다.

민영환 동상은 1957년 건립됐다. 처음엔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 있었는데 도로가 확장되면서 1970년 와룡동에 있는 창덕궁 돈화문 앞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동상이 서 있는 땅의 소유주는 문화재청이고, 동상 관리는 종로구의 소관이어서 부처 간 이전 문제를 놓고 잡음이 일었다. 동상이 궁궐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문화재청의 지적에 따라 2003년 다시 지금의 자리로 이전됐다. 비극적으로 마감한 충정공의 생애만큼이나 동상의 운명도 가혹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민 작가는 조심스럽게 염려의 뜻을 드러냈다.

“동상이 이전한 내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한문 공부를 하느라 인사동에 자주 다녔는데 그때마다 동상에 가보곤 했어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동상이 결국 거기까지 갔지만 후손으로서 지켜보는 마음은 안타깝죠. 좀 더 나은 자리가 있다면 옮겨드리고 싶어요. 이 모든 게 후손들이 잘못해서 충정공이 그런 대접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동상을 관리하는 해당 기관장에게 당부의 편지라도 쓰고 싶습니다.”

충정공의 다른 유품은 다행히 고려대박물관이 잘 보관하고 있다.

충정공이 숨진 후 그의 피 묻은 옷을 걸어둔 전동 집의 방바닥에서 자라났다는 4줄기 대나무인 ‘혈죽(血竹)’을 비롯해 충정공이 착용했던 군복과 흉배, 대리석 소금함 등은 여흥 민씨 집안의 맏이였던 민병기 전 국회의원이 일찌감치 모교인 고려대에 기증하면서 보존되고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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