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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유엔총회 때 ‘해체’ 요구

정전체제 종식 뜻하는 종전
유엔사 존립 근거 약화 우려
종전 이후 해체 ‘수순 밟기’

文 “종전, 언제든 취소” 불구
돌이키면 전쟁상태… 쉽지않아

북한이 유엔총회 제6위원회에서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종전선언이 결국 유엔사 해체 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일축했다. 하지만 북한이 또다시 유엔사 지위를 문제 삼으면서 정전체제가 종식되면 유엔사 존립 근거가 약해지고, 이는 북한의 유엔사 해체 및 주한미군 철수 주장 논리를 강화시켜줄 수 있다는 기존의 관측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12일 유엔총회 제6위원회 회의에서 “긴장 완화와 평화를 향한 한반도 상황전개에 근거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유엔사는 해체돼야 한다”(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소속 김인철 서기관)고 주장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 “종전선언은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당시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종전선언을) 똑같은 개념으로 생각함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과 북측 인사들은 공개적 자리에서 그 같은 입장을 직접 확인해준 적이 없다. 오히려 지난 9월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김 서기관의 공개 발언 등에서 북한의 유엔사 해체 입장은 여전하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이에 따라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북한의 유엔사 해체 주장도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엔사의 기본 기능은 한반도의 정전협정 및 정전 상태 유지다. 종전선언으로 정전체제가 막을 내리면 유엔사의 존립 근거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종전선언 취소는 전쟁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문 대통령의 말처럼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구나 유엔사 해체는 결국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논리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웨인 에어 유엔사 부사령관도 지난 5일 미국 워싱턴의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종전선언에 법적인 토대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유엔군사령부의 존재와 왜 계속 있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갖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종전선언은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문제로 삼는 ‘위험한 비탈길(slippery slope·발을 들이면 돌아오기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중국·러시아도 종전선언을 유엔사 해체,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은 한·미·일로 이어지는 대북봉쇄 라인의 약한 고리가 한국이고 그 핵심이 주한미군이라고 보고 있어 종전선언 이후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