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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최근에 ‘가짜뉴스’ 규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총리와 대통령까지 나서니 마치 ‘적폐 청산’ 작업 같은 느낌마저 든다. 물론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판단을 왜곡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이므로 척결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 클린턴 힐러리 후보와 관련된 가짜뉴스들이었다는 평가도 많다. 국내에서도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수많은 가짜뉴스가 창궐해 더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의 메시지들은 통신물로 내용 규제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불법성이 드러나 사후에 규제하는 것도 인터넷의 전파 속도 때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과거 여러 차례 규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명박 정부는 근거 없는 악의적 비방 댓글들을 규제하는 이른바 ‘최진실법’을 추진하기도 했고, 박근혜 정부는 인터넷 언론사들의 자격 조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도 했다. 또, 1인 미디어들을 ‘비실시간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방송법에 포함시키려 한 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이미 1인 미디어 같은 OTT(Over The Top)사업자들을 ‘부가유료방송사업자’로, 포털이나 넷플릭스(Netflix) 같은 인터넷 사업자들은 ‘인터넷방송 콘텐츠 제공 사업자’로 규정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축인 인터넷 공간 전체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유발할 수 있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인터넷 언론들을 규제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짜뉴스 때문에 인터넷 공간의 모든 내용물을 규제한다는 것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훨씬 더 클 수 있다.

규제 실효성도 문제다. 인터넷에서 전파되는 내용물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규제하게 된다면 그중에 누군가 문제를 제기한 것들만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정말 반사회적인 가짜뉴스라도 하더라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으면 규제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피규제자들의 규제 순응성도 확보할 수 없고 더 나아가 특정 목적에서 오용 또는 악용될 수도 있다.

가짜뉴스가 문제라면 제작·공표하기 전에 걸러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따라서 외적 규제가 아닌 내적 자율 규제여야만 한다. 더구나, 정부가 주도 또는 관여하는 건 더욱 안 될 일이다. 여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부 기구와 연계된 ‘뉴스 검증기관’도 그래서 문제다. 2016년 미국 대선 직후 미국과 프랑스 등지에서 인터넷 사업자와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뉴스 검증 기구를 운영했었지만 별 효과를 낸 것 같지는 않다. 더욱이 가짜뉴스를 공정하게 판정할 수 있는 신뢰받는 언론이나 공적 기구들도 거의 없는 게 우리 실정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검증 시스템은 가짜뉴스를 둘러싼 갈등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기간에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순 없지만, ‘가짜뉴스의 숙주’라고 비난받았던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자율적 필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내용물 선택·배열·제공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 수 있다. 지금 포털 사업자들이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나 ‘기사배열공론화포럼’ 같은 자율 기구들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제고해 자율 정화(淨化) 능력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