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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말라, 검증 또 검증하라… 이것이 北核협상의 핵심”

신보영 기자 | 2018-10-12 11:53

미국 에너지부 장관 출신인 어니스트 모니즈 핵 위협 이니셔티브(NTI) 공동의장 겸 CEO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문화일보와의 파워인터뷰에서 “북핵 협상의 핵심은 투명하고 포괄적인 검증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면서 북핵 협상 전략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미국 에너지부 장관 출신인 어니스트 모니즈 핵 위협 이니셔티브(NTI) 공동의장 겸 CEO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문화일보와의 파워인터뷰에서 “북핵 협상의 핵심은 투명하고 포괄적인 검증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면서 북핵 협상 전략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어니스트 모니즈‘이란 核협상 주역’ 前 美에너지부 장관

강력한 검증체제 포함안되면
美의회가 받아들이지 않을것

협상엔 ‘단계적 접근’이 필수
영변·풍계리 폐기가 초기단계
2단계는 핵무기·핵물질 제거
또다른 시설 있는지도 검증을
2년내 완료된다고 생각 안해

1993년 러시아서 적용됐던
‘넌-루거 프로그램’가능할것
北 HEU 다운그레이드한 뒤
南北이 연료용으로 쓰는 것


“믿지 말라. 그리고 검증하라, 검증하라, 검증하라 (Don’t trust and verify, verify, verify).” 2013~2017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2기에서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어니스트 모니즈(74) 핵 위협 이니셔티브(NTI) 공동의장 겸 CEO는 문화일보와의 파워인터뷰에서 “향후 북핵 협상에서 매우 강력하면서도 포괄적인 검증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믿지 말라. 그리고 검증하라’는 문구는 1987년 12월 러시아와의 핵 감축 협상을 타결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유명한 발언 “믿지만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를 뒤엎은 것. 모니즈 의장은 협상 초기에 효과적인 협상팀을 구성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접근 권한 등이 포함된 검증 체제를 가급적 빨리 구축하라고 조언했다.

모니즈 의장은 “북핵 합의에 매우 매우 강력한 검증 체제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미국 의회가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경고했다. 존 케리 전 국무장관·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과 함께 2015년 이란 핵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타결의 주역인 모니즈 의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1기 임기가 끝나는 ‘2021년 1월까지 비핵화’ 시간표에도 부정적이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출신의 물리학자인 모니즈 의장은 “투명한 핵 검증 체제를 포함한 전 협상 과정이 ‘단계적으로(step by step)’ 이뤄져야 한다”면서 “2년이라는 기간에 서둘러 협상을 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합의를 창출해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모니즈 의장은 협상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연대(solidarity)’ ‘단합(unity)’ ‘응집력(cohesion)’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협상 전에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차질없이 이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핵심 이해당사자인 한·미에는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서명된 남북 군사 부문 합의 등 문재인 정부의 대북제재 이탈 움직임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강력히 항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어서 모니즈 의장의 ‘원 보이스’ 권고는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지난 4일 동아시아재단(이사장 공로명)이 주최한 ‘글로벌 위협 감축:핵 위험과 기후변화’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모니즈 의장과의 인터뷰는 장대비가 내리던 지난 5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됐다. 인터뷰는 모니즈 의장이 전날 세미나에서 언급한, 가상의 여성 국무장관을 주인공으로 한 미국 드라마 ‘마담 세크리터리(Madam Secretary)’의 핵위기를 다룬 에피소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됐다.


―세미나에서 사례로 언급한 ‘마담 세크리터리’ 애청자다. 시즌 5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핵전쟁 위기까지 다루고 있더라.

“내가 의장으로 있는 NTI가 다루는 주요 주제 중 하나가 핵전쟁 위기다. 현재 핵 사용 가능성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가장 높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오판(miscalculation) 가능성인데, 주요 전쟁이 의도라기보다는 오판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잘못된 정보에 따른 실수(blunder)로 핵전쟁에 이를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다루려는 이슈 중 하나가 ‘결정의 시간(decision time)’이다. ‘결정의 시간’은 만일 미래 대통령이 다가오는 공격에 대해 보고받았을 때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느냐다. 현실은 당신이 운이 좋다면 아마도 10분 정도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10분 안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전 세계 입장에서 그다지 좋은 게 아니다. 이 때문에 ‘마담 세크리터리’ 에피소드는 오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마담 세크리터리’의 이 에피소드는 다가오는 핵 공격에 대한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같은 것이어서 일종의 ‘훈련(training) 비디오’다. 이 드라마 안의 가상 대통령은 핵 공격 보고를 받을 당시 골프를 치고 있었는데, 이후 드라마는 뒤따르는 수많은 혼란상을 잘 보여준다. 이 에피소드의 마지막 부분에서 여성 국무장관이 10분 안에 러시아와 극적으로 합의한다. 이 부분만은 꽤 현실적이지 않지만 말이다.”

―이 에피소드가 한반도에서 그렇게 비현실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경고하면서 한반도는 전쟁 직전 위기까지 갔었는데, 1년 사이에 역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아마 한국 독자들도 관심이 있을 것 같다.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 소장)가 지난 8월 ‘빌포트:한 마을에 관한 소설(Bealport:A Novel of a Town·시카고대출판사)’을 출간했다. NTI와도 밀접하게 일하고 있는 루이스가 쓴 이 책은 소설인데, 2023년 의회가 왜 미국이 북한과 관련해 핵전쟁이라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됐는지를 조사하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모든 조치와 실수가 어떻게 핵전쟁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인데, 정말 그 실수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질문에 답하자면 NTI는 미·북 정상회담을 강력히 지지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1차) 회담 결과에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회담을 통해 얻은 성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한 결과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제 실질적 협상을 위한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최소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표명된 만큼, 해법을 찾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고 본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믿는다.”

―협상의 기회는 열렸지만, 여전히 도전과 숙제가 많아 보인다.

“여기에서 내가 강조하는 게 아직 우리가 (축하를 위한) 마티니(칵테일)를 마실 정도로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제 신문 헤드라인을 통해 입장을 서로 교환하는 시간은 지났다. 이런 성명 교환은 매우 진지한 단계적 접근으로 대체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밝힌 비핵화 시간표인) 2년 안에 마술적인 완전한 해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그런 방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단계적 접근은 어떤 식으로 진행돼야 하나.

“핵무기 제거를 포함한 최종 목표를 향한 장기적인 일련의 조치들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을 다시 국제 공동체에 재편입시켜 안보적 리스크(위험)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단계적 접근은 내 개인적 의견인데, 이미 핵·미사일 실험과 (풍계리) 실험장 폐기 등에서 일부 초기적 단계의 조치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단계의 조치는 핵무기와 핵물질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먼저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고, 다음에는 기존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 이 모든 단계는 관련 시설 위치 등이 포함된 포괄적 검증(verification)하에 이뤄져야 한다. 확실히 영변(핵 시설 폐기)은 매우 좋은 출발점이다. 영변에서의 핵 활동 동결, 종국적으로는 폐기(dismantlement)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조치일 뿐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북한에 또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믿음이다. 투명성(transparency)과 검증 문제 역시 적절한 신뢰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2015년 이란 핵 합의 타결의 주역인데, 이란 핵 합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뭘까.

“이란 핵 합의인 JCPOA는 검증 체제에 대한 매우 포괄적인(comprehensive)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의 경우에는 다양한 조치들에 대한 검증 체제가 세워진다고 해도 매우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꼭 ‘흑백’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1차적으로 핵물질에 대한 검증 체제 구축 성공이 핵무기 폐기 등과 같은 더 실질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떻든 우리는 ‘투명한 검증 체제’ 구축이라는 큰 도전이 남아 있다. 게다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개수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도 있다. 나는 북핵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샘 넌,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이 과거 작성했던 ‘넌-루거 프로그램’을 북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 프로그램은 1990년대 러시아와 과거 소련 주변국에 실행됐던 것인데, 북한이 자신들의 핵무기를 국제 공동체와 함께 협력·작업해 폐기한다는 일반적 원칙이 이번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폐기 과정에서 국제 사회가 재정적·기술적·인적 지원을 할 수 있으며, 북한의 핵 과학자들에게 경제적 기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협상 초기에서부터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게 좋다.”


1991년 미국 의회에서 입안된 넌-루거 프로그램은 탈냉전기인 1992년부터 4년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 지역의 핵·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WMD)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매년 4억 달러를 이들 국가에 지원한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구소련의 핵탄두 7619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902기, 화학무기 2936t 등을 불능화했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북핵 협상 개시 이후 넌-루거 프로그램을 한국에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입안된 넌-루거 프로그램이 2018년 북핵 협상에도 여전히 유효할까.

“기술적으로는 러시아에서의 넌-루거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경제적 편익 등을 제공하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러시아에서는 협상 초기 단계인 1993년 처음 적용됐다. 러시아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도입됐는데, 러시아는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HEU를 저농축우라늄(LEU)으로 농도를 낮췄다. 미국은 이 저농축우라늄을 시장가격으로 구매했다. 북한 핵 프로그램의 일부인 HEU를 이런 방식으로 낮춰서 미래의 북한 에너지용 원자로 연료로 만들 수 있고, 한국이 이를 원자로 연료용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우리가 러시아에 했던 방식을 북한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미국은 러시아가 핵무기용으로 만든 핵물질을 구입한 뒤 이를 이용해 20년간 미국 전체 전기의 10%를 생산했다. 러시아가 이 프로그램에 동의한 것은 미국이 제공한 경제적 지원이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 협상에는 많은 창의성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했던 것처럼 북핵 협상에서도 조직적이면서 규율이 잡힌 협상을 통해 초기에 최종 목표를 포함한 일반 원칙을 창출해내고, 핵 목표와 관련된 경제적 목표를 달성해가는 단계적 접근을 취해 가야 한다. 나는 이 작업이 2년 안에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때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를 내세웠다가 최근에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목표를 낮춘 것 같다. 게다가 미·북 간에는 확실히 협상 목표가 다른 것 같다.

“아마 한·미 간에도 의견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역시 협상이 정확히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희망컨대 주요 당사국들이 양립할 수 있는 핵심적(core) 목표를 찾아내기를 바란다. 이와 관련해 이란 협상에서 몇 가지 교훈이 있다. 북한에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될 필요는 없지만, 한 가지는 적용이 가능하다. 북한 핵 상황에 대한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매우 포괄적인 검증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 하나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는 이란이 추가적 프로토콜(보충 협약)을 이행할 수 있다고 공약한 JCPOA 조항이다. 이란은 IAEA가 검증을 요청하는 시설·장소에 대해 24일 이내에 접근권(access)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것이 협상에 포함돼야 하는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협상가들이 결정할 문제다. 다만, 북핵 합의에 매우 매우 강력한 검증 체제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미국 의회가 이를 폭넓게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도 ‘참관’을 이야기할 뿐 철저한 검증에는 다소 부정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분명 강력한 검증 체제 구축은 이란보다 더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첫째 이유는 이란은 핵무기가 없지만, 북한은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다. 둘째, 북한 사회는 이란보다 훨씬 더 폐쇄적이다. 그래서 나는 북한에 단계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하는 것이며, 이는 검증 체제를 포함한 모든 과정에 적용돼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이 최종적으로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점을 북한에 이해시켜야 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북한에 적용될 수 있는 이란 핵 합의의 또 다른 요소는 북한이 어떤 핵 활동을 평화적 차원에서 추구할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한 답변 중 하나는 ‘제로(0)’다. 이란 상황에서는 이게 미국의 원초적 입장이 아니었고, 그래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북한도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고, 개인적 의견으로는 향후 북한도 어느 정도의 평화적 핵 활동을 주장할 것이다. 북한이 어느 시점에 이 문제를 주장하고 나선다면, 이를 허용하는 게 북한이 평화적 방식의 핵 활동에 참여하는 핵 인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 상당한 인센티브(유인책)가 될 수 있다.”

―북한과의 실무협상에서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은.

“이란 사례에서는 초기에 원칙을 만들어냈다. 이란에 일부 핵 활동을 허용했지만, 핵무기 개발을 허용한 것은 아니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전력을 쏟더라도 최소 1년 안에는 핵무기를 생산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란이 핵무기 1개를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시간, 이른바 ‘브레이크-아웃(break-out) 시간’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대신에 우리도 이란의 일부 평화적 핵 활동은 허용했다. 이게 단기간에 이란이 핵무기 개발로 나아가는 것을 물리적으로 제한할 수 있었다. 북한에 어떤 요소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바로 이게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일종의 ‘정신(spirit)’이다. 또 어느 방향으로 갈지, 양립 가능한 원칙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협상팀이라는 기본 구조부터 갖춰야 한다. 이는 간헐적 대통령의 선언으로 되는 게 아니다. 협상팀이 한자리에 모이는 구조부터 만드는 게 프로다운 협상의 시작점이다.”

―이란 핵 합의에는 이란이 합의를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복원하는 ‘스냅 백(snap back)’ 조항이 있다.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란 핵 합의 마지막 부분에 일부 제재 조치를 해제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모든 제재를 해제한 게 아니라 이란 핵 활동과 관련된 일부 제재만 해제했다. 또 이란 핵 합의는 양자협상이 아니라 다자협상이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합의 이전 제재의 효용성은 국제 사회의 협력이 있어야만 작동이 가능하다. 국제적 합의와 연대가 중요하며, 이게 협상에 결정적이다. 2015년 이란 핵 합의 당시 미국·러시아 관계는 좋지 않았지만, 양국은 이란과의 협상에서는 늘 함께였다. 북핵 협상도 마찬가지로, 이해관계를 갖는 당사자는 6자(남·북·미·일·중·러)뿐 아니라 더 다양하다. 또 합의는 각 이해당사자의 핵심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만일 북한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는 등 합의 사항을 어기고 있다면, 국제 사회는 단합해서 매우 강력한 대응을 결정해야 한다. 이게 국제 사회의 응집력이 협상의 시작에서부터 마지막까지 매우 중요한 이유다. 동시에 바로 협상 초기에 구조부터 설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참여하는 각국의 핵심 이해를 협상 과정에 담을 수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에 직접적 책임감을 가졌지만, 협상에 참여한 ‘P5(미·영·프·중·러)+1(독일)’ 국가들과도 협상했다. 그래야만 나머지 국가들이 우리의 협상 결과를 지지할 수 있었다.”

―단계적 접근법은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도 적용됐지만, 이미 실패했다. 이번에는 한·미가 북한에 속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나의 만트라(주문)는 ‘믿지 말라. 그리고 검증하라, 검증하라, 검증하라’다. 모든 당사자가 오랜 기간 동안 검증 체제 준수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유인 조치 역시 무엇이든 간에 각 비핵화 조치의 가치에 맞게 나란히 이뤄져야 한다. 중요성을 최소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변 핵시설이 동결되고 폐기된다고 해도 이게 전부가 아니다. 북한에는 여전히 다른 핵 시설이 있고, 핵무기 및 핵물질 제거라는 문제도 있다. 핵물질만 하더라도 동결·폐기까지 어마어마한(tremendous) 단계적 조치들이 있다. 단 하나의 조치만으로 점수를 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 대안을 생각할 필요는 있다. 김 위원장도 안보 측면에서 단계적 접근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난 북핵 협상에 대해 낙관적이다.”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꿔야 하는가. 핵 신고를 보류하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해야 한다는 ‘강경화 중재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확실히 종전선언은 최종상태(end state)의 일부다. 다만, 언제 종전선언이 이뤄져야 하는지를 포함한 협상 전략에 대해 미리 판단하고 싶지 않다. 북한이 내놓은 성명보다는 실제 협상가들의 보고서가 더 중요하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한국의 협상 전략에 대해서도 사전에 판단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모든 협상과 관련된 사항은 단계적 접근이어야 한다. 갑자기 이 문제에 뛰어들어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6일 중간선거 이후에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정상회담은 협상 목표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2차 정상회담이 전반적 협상 목표와 조건에 대해 매우 구체적일 필요는 없지만 1차보다 더 구체적이라면 정상회담은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협상팀이 참여국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보다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 진행 과정에서 진짜 문제는 매우 헌신적인 상당 규모의 협상팀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다. 긴 협상 과정에서 협상팀 관계자들은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야 하니까.”

―한국에서는 ‘남북관계가 너무 앞서간다’면서 한·미 동맹 균열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 주는 조언이 있다면.

“답은 명백하다. 한·미는 절대적으로 함께 가야 한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과의 관계에서도 같은 입장으로 가야 한다. 동시에 한·미가 함께 풀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한·미가 ‘하나의(one)’ 협상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상대가 서로 속임수·장난질(play off)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모든 이해당사국이 단합을 유지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다른 국가와도 많은 대화를 하겠지만, 북한을 제외한 국가들이 협상에 임할 때는 반드시 ‘원 채널, 원 보이스(one channel, one voice)’여야 한다. 한·미가 앞으로 어떻게 ‘원 보이스’를 유지해야 하는지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인터뷰 = 신보영 차장(정치부) boyoung22@

어니스트 모니즈 핵 위협 이니셔티브(NTI) 의장이 지난 5일 인터뷰가 진행된 웨스틴조선호텔 앞 정원에서 방한 목적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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