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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판문점 訪北’, 장담 못 하지만 꿈 꿀 만합니다”

엄주엽 기자 | 2018-10-11 10:36

성염(왼쪽) 전 교황청 주재 대사가 지난 2013년 11월 28일 바티칸 산타마르타 경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아침 미사에 참석한 뒤 교황을 알현하고 있다.  자료사진 성염(왼쪽) 전 교황청 주재 대사가 지난 2013년 11월 28일 바티칸 산타마르타 경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아침 미사에 참석한 뒤 교황을 알현하고 있다. 자료사진

- 성염 前교황청 대사 낙관…“한반도 화해위해 수락할 듯”

교황 행보 전세계에 영향력 커
내년 北·中·日 동시 방문 전망
분쟁국가들이 부러워 할 만큼
한반도 평화 진전 큰 획 될 듯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기간 중
교황과 文대통령 만남 갖고
국무원장이‘한반도 평화미사’
바티칸 근무할때도 못본 환대


“교회의 정신적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늘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에 관심을 보이고 기다려온 만큼 북한 방문을 기꺼이 수락하실 겁니다. 교황의 방북은 분쟁을 겪는 지구촌 나라들이 부러워할 만큼 한반도 평화 진전에 한 획을 그을 것이라고 봅니다.”

주교황청 한국대사(2003∼2007)를 지냈고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특사단으로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과 함께 교황청을 다녀온 성염(76) 전 교황청 대사는 1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에 대한 교황의 방북 수락을 낙관하면서 큰 기대를 표시했다.

국내에서 손에 꼽는 교황청 소식통인 성 전 대사는 “우리 국민이나 정치인들이 교황이 가진 국제적 위상과 정치적 영향력을 제대로 모른다”면서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서는 교황의 행보와 말씀이 미국 대통령 뉴스와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고, 단순히 13억 전 세계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지성인들 사이에도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이 이를 파악하고 노력을 기울인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성 전 대사는 “교황의 외국 방문이 보통 주변국들을 순방하는 관행이 있던 만큼 교황께서 일본 방문 의사를 말씀한 적이 있고, 최근 중국과 교황청의 관계개선이 급진전한 것을 봤을 때 내년 중에 북한과 중국·일본을 함께 방문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교황청의 중국과 관계개선은 숙원이었고 이번에 교황청이 중국 당국에 주교임명권을 양보하다시피 화해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일본 방문도 일본 가톨릭이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온 사안이라 동북아 3국 방문의 형태를 띨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7월 폴 갈라고 교황청 외교 장관이 방한해 교황의 문 대통령 10월 초청 의사를 전한 뒤 DMZ를 방문했었다. 그런 인물이 DMZ를 방문했던 것은 심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성 전 대사는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인비서였을 뿐 아니라 교황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교황청의 재정 투명성을 주도한 심복이었던 알프레드 수에렙 대주교가 직업외교관 대신 주한 교황대사로 파견된 사실”에서 한반도 사태와 한국 천주교에 대한 교황의 각별한 관심과 의중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무진 꿈일지 모르지만, 교황께서 방북 과정에서 판문점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세계사적인 퍼포먼스가 되지 않겠느냐. 장담은 못 하지만 꿈을 꿀 만하다”고 말했다.

교황청의 의전을 상세히 봐온 성 전 대사는 이번 문 대통령 방문에 대한 교황청의 예우는 ‘역대급’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황의 행사일정이 넘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가 열리는 기간에도 문 대통령과 18일 정오에 만남 일정을 잡은 것은 그만큼 비중을 두면서 세계적 뉴스의 이벤트로 만들겠다는 배려로 보인다”며 “17일 오후 6시에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청 국무원장이 집전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가 예정됐는데, 여기에는 전 세계 교황청 외교관·성직자들이 모두 참석하지 않을 수 없다. 5년간 바티칸에 대사로 있었지만, 어떤 국가나 지도자에 대해서도 이런 환대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11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침 미사에 참석하고 미사 후 약 7분간 교황을 알현할 기회가 생겼고, 지난해 특사단으로 두 번째 교황을 알현했던 성 전 대사는 “교황을 만난 사람은 누구나 공통되게 느끼지만, 상대방 얘기를 정말로 귀 기울여 듣고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 줘 상대를 놀라게 하는 친화력이 있다”며 “2013년 뵀을 때 ‘유일한 분단국인 한반도에 맨 먼저 방문해 통일과 화합을 격려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지그시 눈을 감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며 예우 차원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느껴졌고 결국 방한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권유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 초청 의사를 밝혔으나 실제 방북은 이뤄지지 않았던 데 대해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다”면서도 “당시 김 대통령도 가톨릭 신자로 문 대통령처럼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가 되는 데 교황청과의 관계개선처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주엽 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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