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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사회정책학

한국 완전히 고령사회에 진입
공적연금 아직 量質 모두 미흡
저출산 탓 전적 의존도 힘들어

개인은 다양한 대비책 세우고
정부·기업은 전문성 중심 재편
능력 있는 사람 더 일하게 해야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섰다. 이제 한국 사회가 완전히 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료 기술의 발달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우리의 오랜 희망이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이 암울하기만 하다. 단적으로,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이처럼 노인 빈곤율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의 공적연금 제도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반면, 가족 구조와 생활양식이 급격히 변했기 때문이다. 자녀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는 노인 가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고령층 가운데 공적연금 수급자는 아직도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연금 수급액도 필요한 생활비에 비해 아직 매우 적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공적연금 수급자의 비율이 계속 늘고 있고, 평균 수급액도 증가하고 있어 향후 노인 빈곤 해소에 공적연금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공적연금에만 의존해 노년의 삶을 계획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저출산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에도 수지 불균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게 됨에 따라 보험료로 조성되는 국민연금 기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재정 추계가 얼마 전 발표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은퇴를 뒤로 미루고, 노년기에도 일을 계속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닥친 불가피한 현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고령층은 OECD 회원국 가운데서 가장 높은 비율로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5∼69세의 경우 45.5%가, 70∼74세의 경우 33.1%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연령대의 영국인들보다 2배 이상으로 높은 수치로, 우리나라 고령층은 이미 일을 많이 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노년기까지 일하며 고생하는 것에 비해 벌이가 신통치 않다는 데 있다. 고령층 대다수는 일을 한다고 해도 단순 노무나 서비스·판매와 같이 다른 분야에 비해 소득이 높지 않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취업하는 이유도 생활비 마련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노년의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고 있음을 잘 말해준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보면 은퇴를 늦추고 경제활동을 지속한다고 해도 노년기에 고단한 삶을 벗어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정부가 고령층에 맞는 일자리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1950년대 후반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함께 앞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저출산·고령사회에서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은퇴하기 훨씬 전부터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후 생활에 필요한 수준으로 국민연금을 수급하려면 최소 30년 동안 가입해야 하니 차근차근 가입 기간을 쌓아 놔야 한다. 40대 초반부터 생애 주된 직장에서 은퇴했을 때를 대비해 자기가 하는 일에서 전문성을 쌓고 치밀한 계획을 짜야 생애 두 번째 주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도 경험과 능력을 가진 인재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년 연장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정년만 연장해선 그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조직과 인사 관리에서 요구되는 적절한 개혁을 추진하지 않은 채 몇 년 전부터 공공기관에서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계급제 중심의 조직 체계를 전문성 중심으로 바꿔야 하며, 능력과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선별해 정년을 연장하는 인사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변화를 통해 일정한 연령을 넘어서더라도 개인이 가진 전문성이나 조직에서의 경험을 활용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개인과 사회가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야 고단한 노후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