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자유민주·민주 병행한다지만
학생들 국가관 혼란은 여전”

교육부가 23일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과 관련,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민주주의’와 ‘자유민주’ 표현을 함께 쓰도록 하는 절충안을 마련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민주적 가치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역사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은 집필기준에서 제외된 데 대해서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과서의 집필 기준을 바꾸려면 교육부는 기존의 ‘자유 민주주의’가 무엇이 문제였는지, 앞으로 자유 민주주의가 아닌 다른 형태의 민주주의도 포괄하기 위해서였는지 등을 설명해야 한다”며 “그런 과정이 없다 보니 집필 기준이 무엇이며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민주주의와 자유민주 표현을 함께 쓰도록 두 표현을 병행한다고 하더라도 교과서가 편향되게 집필되는 상황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학생들의 가치관과 국가관에 대해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교과서 집필자에 따라서는 순수하게 민주주의만 얘기해도 되는 것이고, 시장경제도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라는 보수적 입장을 다뤄도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가 삭제되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더 심각한 것은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라는 단어를 삭제한 것”이라며 “교육부 말대로 세부적인 단어로 따져서 문제가 있다면 더 자세하게 설명과 교육을 하면 될 것을 굳이 완전히 삭제한 의도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박 실장은 “그동안 진보 정권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수립됐다는 것을 부인해 왔다”며 “민주주의 표현 혼용과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정체성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손우성·윤명진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