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도덕성’에 큰 타격
“黨 정치적 책임 피할수 없어”
文, 범진보협치도 차질 불가피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함에 따라 소속 정당인 정의당은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진보정당이 현실정치 무대에 내세웠던 최대 무기인 도덕성의 훼손뿐 아니라 이에 따른 진보정당의 입지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집권 2기 문재인 정부의 범진보 협치 구상에도 차질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으로 구성한 원내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도 의석수 부족으로 교섭단체 자격을 상실, 원내 역학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23일 노 원내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에는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핵심 피의자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가 주도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향후 특검의 수사에 대한 부담과 정치적 파장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드루킹의 측근으로부터 5000만 원을 받은 것 외에 추가적인 자금 수수 의혹이 계속 드러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평화당 14명, 정의당 6명으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의석수 20명을 간신히 채웠던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 교섭단체 자격을 잃으면서 국회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개 교섭단체 체제로 재편됐다. 최근 한국당을 제치고 지지율 2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탔던 정의당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노 원내대표가 금전을 받은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그를 믿는다고 밝혀온 당 지도부 역시 어느 정도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런 충격을 반영하듯 노 원내대표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의당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나머지 정치권도 충격에 빠졌다. 노 원내대표와 오랜 기간 교류해 온 국회의원들은 “(투신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안타까움과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특히 노 원내대표와 전날까지 의원외교를 위해 방미 일정을 함께했던 각 당 원내대표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충격에 말문이 막혀서 말을 제대로 못 하겠다”고 말했다.

민병기·김윤희·김유진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