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백제 무왕의 능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전북 익산의 쌍릉 중 대왕릉. 소왕릉은 대왕릉에서 180m 떨어진 지점에 있다. 문화재청 제공

- 쌍릉 대왕묘 백제무왕 능 가능성

국내외 연구소 총 출동 분석
각기 다른뼈 통해 性·키 추정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이 18일 발표한 전북 익산의 쌍릉(雙陵·사적 제87호) 속 인골 분석결과는 대왕릉의 주인공이 향가 서동요의 주인공으로 익산에 미륵사라는 거대한 사찰을 세운 백제 무왕(재위 600∼641)일 가능성이 농후해졌고, 적어도 선화공주는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밝혀주었다.

그동안 백제시대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돌방무덤)인 쌍릉 피장자에 관한 통설은 백제 무왕과 그의 부인으로 알려진 선화공주였다. 쌍릉 중 대왕묘의 주인공은 부여에서 익산으로 천도를 추진한 무왕(재위 600∼641)이고 대왕릉에서 180m 떨어진 지점에 있는 소왕묘는 선화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그 같은 통설과 달리 2016년 일제강점기 조사 당시 대왕릉에서 수습한 유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찾은 치아를 분석한 결과 20∼40세 여성의 것이고, 무덤 내부에 신라계 토기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하면서 피장자 정체를 두고 논쟁이 가열됐다. 대왕릉의 주인공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며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로 무왕의 부인인 선화공주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1917년 조선총독부 발굴 이후 한 세기 만에 재발굴이 결정됐고, 문화재청·익산시·마한백제문화연구소는 지난 4월 무덤방 가운데에 있는 관대(棺臺·관을 얹어놓는 넓은 받침) 위에서 인골이 담긴 상자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조사 결과 대왕릉의 주인공은 무왕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연구소는 각기 다른 뼈를 통해 성별·키·연령·사망 시점을 추정했다. 인골조사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톨릭의대 응용해부연구소·라드피온·미국 베타연구소·퓨전테크놀로지가 참여했다. 발굴조사단인 마한백제연구소 관계자는 “대왕릉을 보완 조사하고, 대왕릉에서 북쪽으로 180m 떨어진 소왕릉을 발굴해 쌍릉 성격과 무덤 주인공을 더욱 명확히 밝혀낼 것”이라며 “백제 후기 왕릉급 고분에 대한 중장기 연구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왕릉의 경우 왕후의 무덤일 것으로 추정되나 그 주인공이 설화 속 주인공인 선화공주인지,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기록처럼 무왕의 왕후로 당시 귀족집안의 일원이었던 ‘사택적덕’의 딸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밝혀나가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