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보고 시점 ~ 독립수사 지시
시일差있어 ‘軍 물갈이’ 의혹도

靑 “다른 의도 전혀 없다” 해명

청와대가 국군기무사령부 ‘위수령·계엄’ 문건을 뒤늦게 문제 삼은 배경에 대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는 사안의 심각성을 최근에야 확인한 것이라고 했지만, 청와대가 관련 문건을 인지할 수 있었던 정황이 있는 데다 문제 삼는 과정도 위법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다. 계엄령이 실제로 추진됐는지를 확인하기보다는 다른 정치적 목적을 겨냥했다는 추론이 이번 사태의 전후 맥락에 더 자연스럽게 부합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언론에 공개되기 직전에 국방부에서 청와대로 문건을 보냈고, 대통령에게 보고가 된 것은 인도 출장을 떠나기 직전인 7월 5일 이후”라며 “대통령과 참모진 모두 언론 보도 등을 봤을 때 사안이 간단치 않다고 보고 본격적인 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에서 언론에 공개될 조짐이 있자 6월 28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각각 문건을 보냈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문건을 분석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문서를 만든 것은 언론에 이미 보도된 이후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독립수사단 구성 지시 등 구체적인 대응은 문 대통령의 인도 순방 중에 불가피하게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앞서 4월 30일에도 기무사 문건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청와대에서 열린 기무사 개혁 관련 회의에 임 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이 참석했고 송영무 장관은 기무사 정치 개입 사례로 해당 문건의 내용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이라는 제목이 명시돼 있었지만, 임 실장은 많은 사례 중 하나였기 때문에 흘려 봤다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청와대는 문건 인지 시점에 대해 “사실관계에 회색 지대가 있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청와대도 처음부터 제대로 된 대응을 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송 장관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기류다.

청와대 관계자는 “송 장관의 판단에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 청와대의 해명을 받아들이더라도 6월 28일 문건을 보고받고 7월 10일 대통령의 독립수사단 지시까지 시일 차가 있기 때문이다. 군 내부의 인적 물갈이 등을 염두에 두고 지금에야 문제를 삼는다는 의혹 등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며 “문 대통령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