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최초 전담수사반 출범

특별사법경찰등 7명으로 구성
소방공무원 안전위협사건 관리
사건 피의자 체포·구속등 전담
심야사건 초동수사 어려움 해결

지난 5월 서울 동북권의 한 거리에 정신질환자로 보이는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서울소방재난본부에 접수됐다. 술에 취해 길에 누워 있던 한 남성은 출동한 119구급대 여성대원에게 욕설을 퍼붓더니 갑자기 손으로 머리를 때렸다.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사태가 진정됐지만, 이 구급대원은 사건 이후 대인공포증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달 서울 동남권에서 근무하던 한 구급대원도 봉변을 당했다. 술에 취해 길에서 잠을 자던 한 남성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주먹으로 얼굴을 얻어맞은 것. 시민을 구하러 출동했다가 되레 본인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이처럼 소방공무원이 업무 현장에서 신변을 위협당하는 일이 빈발하자 서울시가 칼을 빼 들었다. 서울시는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소방공무원 안전 위협 사건을 전담 수사하는 ‘119광역수사대’가 출범했다고 16일 밝혔다. 119광역수사대는 수사대장 1명과 특별사법경찰관 3명, 특별사법경찰관리 3명 등 총 7명의 수사관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서울 시내 모든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방활동 방해 사건 피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고, 구속, 송치 업무까지 전담한다.

서울시는 그동안 지적된 특별사법경찰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소방본부 내 전담 조직을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소방서별로 1명씩 배치된 소방특사경이 사법 업무를 맡았지만 위험물 인허가 등 다른 소방 업무와 겸임하는 데다 잦은 인사이동 때문에 소방활동 방해 사범 처벌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심야에 구급대원 폭행이 발생했을 때 담당자의 즉각 현장 출동이 어려운 현실이어서,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한편, 서울소방재난본부 집계 결과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 지역 소방공무원 폭행 피해는 155건이었다. 이 중 소방특별사법경찰관이 입건해 검찰로 송치한 건은 36.7%인 57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98건은 경찰이 담당했다. 정문호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광역수사대 출범으로 소방공무원의 안전 위협 사건에 대해 적극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수사 전문성을 높여 소방공무원 근무 환경 개선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