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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보다 훨씬 심각한 民間 고용절벽

기사입력 | 2018-07-13 12:30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경영학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역풍이 거세다. 14일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최저임금 모라토리엄(불이행)을 선언하는가 하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은 “나를 잡아가라”며 전국 동시 휴업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현실을 무시한 대선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빚어지고 있는 ‘최저임금 불복종’ 사태는 ‘고용절벽’으로 불리는 일자리 고갈과 맞물려 있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고갈과 고용절벽은 수치로 나타난다. 집권 직전까지 월 40만 개 이상으로 늘어나던 일자리가 지난 연말 25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최저임금 16.4% 인상이 시행된 올해 들어 2월부터 10만 명대로 급감했다. 이마저도 공공행정 및 사회복지 서비스 등 정부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를 제외하면 민간부문의 올 2월 일자리는 단 4000개 증가에 그쳤고, 4월엔 공공부문이 22만5000개 증가한 반면, 민간부문은 12만3000개가 줄더니, 6월엔 공공 영역은 25만6000개가 늘어난 반면 민간 영역은 15만 개가 줄었다.

선진국에선 디지털 금융으로 금융산업의 일자리가 주는 게 추세인데, 우리나라의 금융 및 보험업 취업자는 수만 명씩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강력한 관치의 압력으로 억지로 취업 인원을 늘리고 있다는 것으로, 금융산업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 허수를 고려하면 민간부문의 고용 축소는 훨씬 심각하다.

자영업의 폐업으로 월 10만 개 이상의 사업체가 순감하는 영세사업자의 위기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일본·영국·독일·캐나다 등의 경제 우등생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전통적인 고실업률 국가들에서도 청년을 포함해 실업률이 급감하는 와중에 한국에서만 글로벌 추세와 동떨어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실험한 무모한 노동정책 즉,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역습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여서 세계 경제가 확장되면 우리 경제도 성장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구조다. 그런데 문 정부의 반(反)시장적 경제정책으로 인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글로벌 경기와의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다. 최저임금 충격에다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 규제는 2년 안에 영세업자들에게도 확대될 뿐만 아니라, 2021년부터는 공휴일 유급 휴가제가 시행돼 시간제 근로자 기준으로 보면 연 6%의 임금 인상을 법제화한 것이다.

일자리가 고용절벽을 넘어 대량 실직으로 전이하고 있는데도 문 정부는 아직도 소득주도 성장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온 노동시장의 과잉 규제와 경직성을 해소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노동시장 규제를 강화하고, 모든 권력기관이 총동원돼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며, 대기업과 경영자들을 적폐 세력으로 몰면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에게 국내에 투자해 달라고 부탁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은 고용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이익이 되는 사업의 결과가 고용일 뿐,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하는 미·영·일의 고용 시장을 보면 고용 없는 성장의 구조 변화가 일어났다는 소수 좌파의 주장이 근거 없는 오류임을 실증한다. 경제를 경제원리로 시장에 맡기지 못하면 지옥에 가는 잘 포장된 길을 질주하는 우(愚)가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부족해 보여도 시장은 정부보다 현명하다는 겸손으로부터 일자리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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