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원활한 무역규칙 계속”
보수당 강경파 등 반발 여전

영국 정부가 자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대한 백서를 발표하며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을 구체화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2일 100페이지가 넘는 브렉시트 백서에서 상품 및 농산물의 자유로운 교역을 유지하고, EU 회원국 국민이 비자 없이 자유롭게 영국을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을 분명히 했다. 브렉시트 이후 무관세 등을 규정한 EU 단일시장 관세동맹에서는 철수하지만, EU와 원활한 무역을 계속하기 위해 농산품과 공산품의 규격과 기준에서 EU와 공통의 규칙을 계속 적용한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내년 3월 29일 브렉시트를 앞두고 오는 10월을 기한으로 예정된 EU와의 경제 관계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처음으로 백서를 내놓았다.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지만 영국과 EU의 미래 관계 협상에서 제안할 내용이 담겨 있다.

영국은 최종적으로 EU로 향하는 제품에는 EU의 관세율과 무역정책을, 영국이 최종 목적지인 경우에는 독자적인 관세율을 적용한다고 백서에서 소개했다. 영국 경쟁력의 원천인 금융서비스를 비롯해 영국 경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서비스부문에서는 EU의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색깔을 중시하는 전략도 들어있다. 또한 백서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단기 관광 및 비즈니스 목적 무비자 입국 △하드 보더(영국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의 복잡한 세관절차) 문제 간소화 유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백서 내용대로 브렉시트를 추진할 수 있을지엔 여전히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집권 보수당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은 EU와의 완전한 결별, 즉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일 내각회의에서 ‘소프트 브렉시트’ 안이 합의되자, 하드 브렉시트파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과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잇따라 사퇴했다. EU 역시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영국과의 FTA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