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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댄스 잔혹사’…폭력적이라고, 종교규범 어겨서

박준우 기자 | 2018-07-12 11:09

미국 NBC방송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해 플로스 댄스를 추고 있는 ‘백팩 키드’(왼쪽부터), 인스타그램에 댄스 동영상을 올렸다 체포된 마헤데 호자브리, 파티 댄스 동영상으로 구설에 오른 러시아 항공학교 생도, 야한 옷을 입었다며 이집트에서 체포된 바 있는 벨리댄서 예카테리나 안드레바.  유튜브 캡처·뉴욕타임스 미국 NBC방송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해 플로스 댄스를 추고 있는 ‘백팩 키드’(왼쪽부터), 인스타그램에 댄스 동영상을 올렸다 체포된 마헤데 호자브리, 파티 댄스 동영상으로 구설에 오른 러시아 항공학교 생도, 야한 옷을 입었다며 이집트에서 체포된 바 있는 벨리댄서 예카테리나 안드레바. 유튜브 캡처·뉴욕타임스

- 英‘플로스 댄스’
“폭력적 슈팅게임서 처음 등장”
한 초등학교 교장이 금지시켜

- 이집트 ‘벨리댄스’
러 출신 댄서‘야한 복장’체포
자국민 유명무용수 감소 불만

- 이란·사우디·러시아
이란선 동영상 올린 남녀 체포
사우디선 콘서트서 댄스 금지
러선 반나체댄스로 퇴학 위기


춤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예술’로 불리지만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특정 춤이나 댄서 등을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선정성, 폭력성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한다거나 춤의 순수성을 지킨다는 이유로 각국 정부나 기관들이 춤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춤을 금지하는 곳에서는 더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조치라 주장하지만 춤을 금지당한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조치이자 꼼수라며 비난과 조롱을 퍼붓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정성·폭력성 예방 위해 춤 금지 = 12일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최근 영국 내에서는 남서부 데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장 직권으로 최근 유행 중인 ‘플로스 댄스’가 금지돼 논란이 되고 있다. 팔을 몸통 앞뒤로 흔드는 플로스 댄스는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춤으로 가수 케이티 페리 등 유명 스타들이 자신의 공연 안무에 포함시켰고 국내에서도 방탄소년단 등이 이 춤의 영향을 받은 안무(탕진잼 춤)를 선보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 델리 알리가 골을 넣고 세리머니로 이 춤을 추면서 영국 내에서도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 춤이 처음 등장한 것이 폭력적 슈팅게임인 ‘포트나이트: 배틀 로얄’이라는 게 해당 학교의 금지 사유다. 교장인 캐서린 콕스는 “12세 이상 게임인 포트나이트는 게임 속에서 다른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게임이고 사람을 죽인 후 이를 자축하며 이 같은 춤 동작을 하게 돼 있다”며 “동작 중 하나는 ‘나치 댄스’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금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콕스 교장의 주장은 영국 내에서 학부모와 네티즌들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아직 춤의 의미도 알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지나친 제약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이제 8세인 내 딸은 포트나이트가 뭔지 모른다”며 “그냥 춤을 좋아하고 나한테 춤을 가르쳐주는 데 열심인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지난 3월 정부가 제다에서 열린 이집트 출신 가수 타메르 호스니의 콘서트 때 관객들이 춤추는 것을 금지했다 큰 반발에 부딪혔다. 사우디에서 열리는 첫 대중 가수 콘서트를 앞두고 사우디 정부는 정장 차림에 남녀가 분리해 앉고 춤을 추지 말라고 요구했다.

◇정통성 지킨다고 외국인 춤 막아 = 지난 2월 이집트 카이로에선 러시아 출신 유명 벨리댄서 예카테리나 안드레바(예명 조하라)가 ‘복장 불량’을 이유로 체포됐다. 맨살과 잘 구분되지 않는 베이지색 속팬츠를 입고 공연해 법을 어기고 성적 자극을 극대화했다는 게 체포 이유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방인 댄서에 대한 이집트 토박이들의 ‘텃세’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수십 년간 이집트 내 정상급 벨리댄서 가운데 이집트 출신이 거의 없는 현실에 불만을 가진 전통주의자들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현재 이집트에선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계를 중심으로 미국, 영국, 브라질 출신들이 벨리댄스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우크라이나 출신 알라 쿠슈니르의 경우 고국 무대에서 유명해진 뒤 카이로에 진출해 단숨에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안드레바 또한 석방 이후 오히려 몸값이 두 배로 뛰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들의 영향으로 최근 이집트 벨리댄스는 보다 역동적, 감각적으로 변하고 아랍식 춤이라기보다 디스코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몽환적이고 아슬아슬하게 성적 스타일을 암시하던 이집트 본연 스타일보다 노골적으로 섹시함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한 이집트 벨리댄스 관계자는 “이집트 출신 댄서는 이제 멸종위기종이 돼 버렸다”며 “예술의 슬픔이자 이집트의 슬픔”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집트 벨리댄서들에 대한 천대가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며 전통주의자들의 주장을 일축한다. 이집트 벨리댄스계의 전설인 디나 탈라트 사예드의 매니저는 “이집트인이 벨리댄스를 추면 창녀에 가까운 대접을 받지만 외국인은 스타가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춤 동영상 올렸다 체포되기도 = 일부 국가에서는 춤추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체포되는 사례도 있다. 이란 경찰은 지난 6월 인스타그램에 춤 동영상을 올린 마헤데 호자브리(18) 등 여성 3명과 남성 1명을 체포했다. 이란 정부는 이들의 춤 동영상이 히잡을 쓰지 않는 등 이란의 도덕률·규범을 어겨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촬영 장소가 대부분 실내라는 점과 성인이 아닌 10대까지 체포한 점 등을 이유로 과도한 조처라는 비판과 SNS는 공공장소나 다름없으므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옹호 의견으로 이란 내 여론이 뜨겁게 양분되고 있다. 또 지난 1월 러시아에서는 항공학교 생도들이 나체로 몸에 벨트만 두른 채 춤추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관계 당국이 해당 학생의 퇴학 처분을 요청하고 나서자 인터넷에서 반대청원이 이어지는 등 춤을 둘러싼 논란이 지구촌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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