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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량과 멘털의 조화

상대방 말에 마음 흔들리면
스코어 등 경기력에 큰 영향
정상급 선수도 심리치료 받아

한때 ‘새가슴’ 오명 쭈타누깐
‘미소 루틴’으로 자신감 회복

좋은 스윙 회상하기·명상 등
다양한 ‘멘털 훈련’ 효과적

골프 입문 후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인 골퍼는 골프의 경기력이 멘털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아, 정말 그 친구하고 게임을 하면 집중할 수가 없어” “그 선배의 심리전에는 당할 수가 없어” “거의 다 이긴 게임이었는데, ‘폼이 환상적’이라는 말 한마디에 무너졌잖아!”라며 투덜거린다. 주말 골퍼 중 실제 라운드에서 편안한 상태에서는 자기 실력대로 경기력을 보이지만, 시합이나 내기를 하면 자기 실력보다 타수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골프는 멘털 게임일까? 답은 ‘예스’다. 골프는 멘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골프를 접하는 모든 운동선수나 골프 전문가라면 멘털이 미치는 영향을 모르는 이는 없다. 골프는 멘털에 민감한 운동이다. 필자가 ‘멘털 노트’라는 코너에서 골퍼들의 심리에 관한 글을 올리는 것도 그런 연유다. 현재도 많은 골프선수를 위한 멘털 훈련 프로그램들, 즉 좋았던 스윙 회상하기, 퍼팅 라인을 따라 공이 홀로 들어가는 상상하기, 코스 공략 계획 세우기, 긴장 해소법, 근육 이완법, 명상하기 등이 개발되고 있다. 프로골프 선수라면 한 번쯤 멘털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울러 대부분 정상급 선수들은 개인 심리상담자를 두고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는다. 한때 타이거 우즈 선수는 연간 200만 달러나 지급하고 유명한 정신 심리 의사에게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기도 했다.

태국 출신의 에리야 쭈타누깐(사진)은 201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를 포함한 5승으로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동시에 석권했다. 골프숍을 했던 부모 덕분에 5세 때부터 클럽을 잡았고, 2013년 프로로 전향했다. 2번 아이언으로 230야드 이상 치는 장타자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도 한때 ‘새가슴’이란 오명을 들으며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2013년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는 잊을 수 없다. 마지막 날 쭈타누깐은 17번 홀까지 박인비에게 2타 차로 앞서 있었다. 18번 홀(파5)에서 보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쭈타누깐은 이 홀에서 트리플 보기로 무너지며 박인비에게 우승을 헌납했다.

그랬던 쭈타누깐은 2016년 5승을 달성하면서 세간의 주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해 코치를 교체했다. 코치는 기술적인 부분은 바꾸지 않았다. 다만 정신적인 부분, 특히 프리 샷 루틴 중 미소 짓기를 도입했다. 일명 ‘미소 루틴’ 샷을 하기 전 미소를 짓는 것이다. 물론 미소 짓기의 변화 하나만으로 5승을 했다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따르겠지만 실로 놀라운 결과였다. 그는 “샷을 하기 전에 편안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소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명 골프에서 멘털은 중요하다. 주말 골퍼들도 매한가지다. 이번 홀 내기에서 진 것도, 미스 샷의 원인도 흔들린 심리문제 때문이란다. 하지만 주말 골퍼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멘털을 언급하려면 적어도 일정 수준의 기량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실력이 뒤따르지 않는 상태에서 멘털만을 언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실력이 부족하면 심리적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러한 긴장 속에서도 정확하게 샷을 하는 사람과 미스 샷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미스 샷을 유발하거나 내기에서 혹은 공식경기에서 진 것은 심리문제 이전에 실력의 차이다. 다만 이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아니 인정하지 않고 심리문제라고 여길 뿐이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멘털에 대한 언급은 알량한 자존심 지키기에 불과하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하수들의 몸부림이다. 주변 사람은 그것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인정 못 할 것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은 모른척하고 인정하면 안 된다. 능력과 실력부족을 알아차려야 한다. 어설픈 동정심으로 남으로부터 인정받으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부족함을 인지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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