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85.6%가 70세 이상
도로상황 불편한 금강산 아닌
서울·평양 교환방문 가능성도

남북이 22일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는 가운데 상봉 행사의 장소나 형식이 과거와 달라질 수도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장소나 형식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과거 금강산호텔 혹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등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단골 장소였던 것과 달리 서울·평양 교환 방문과 같은 내용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상봉 행사 장소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금강산으로 통하는 불편한 교통로와 대부분 고령기에 접어든 상봉 신청자들의 연령 때문이다.

현재 남측 지역에서 금강산 지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동해선 육로가 대표적이지만 고성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육로로 금강산까지 가는 도로 상황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 지방 도로 상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 도로라는 게 불편하다”고 말할 정도다. 또 항공편을 이용해 원산의 갈마비행장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역시 열악한 도로를 2~3시간이나 달려 금강산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과거 금강산 해로관광이 운영되고 있던 당시에는 속초항에서 배편을 통한 방북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 및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편을 이용한 방북도 현실성이 낮다.

게다가 상봉 신청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란 점도 이런 열악한 교통 상황에 따른 제3의 상봉 행사장 조성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5만6890명의 이산가족 생존자 중 85.6%(4만8703명)가 70세 이상이다. 80~90세는 41.4%이며, 90세 이상도 21.8%나 된다.

한편 첫 이산가족 상봉이었던 1985년의 ‘고향방문단’을 비롯해 2000~2001년의 1~3차 상봉 행사 당시에는 서울·평양 교환 방문 형식으로 행사가 실시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인 여건 등을 바탕으로 상봉 장소나 형식 등에 대해 논의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