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1일 공식 발표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방안은 그 방향에서는 대체로 타당하다. 형사사법의 두 중추기관이 수직적·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협력과 견제를 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70년 전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고 할 정도로 해묵은 과제다. 특히 민주화 이후에는 검찰 개혁 문제가 대두되면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도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경의 상호 감시와 견제 시스템 도입 등을 공약했었다. 이런 역대 정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변화는 미미했다. 앞서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에 수사개시·진행권을 부여했지만 2중 수사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문 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반드시 수사권 조정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총리가 임석한 가운데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의문’에 서명하는 거창한 모양새를 갖추고, 조직이기주의를 미리 경고한 것도 그 일환일 것이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과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할 정도로,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우선,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이 법리적·현실적으로 타당한지 더 치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독점적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법리 판단이 수사 단계에서 배제되는 것은 사법 원칙 훼손일 수도 있다. 경찰에 1차적 수사권·종결권을 부여하면서도 검찰이 관여할 수 있는 길을 광범위하게 열어 놓았다. 이로 인해 더 심각한 갈등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

문 대통령 임기 내 자치경찰제 전면 실시와 내년 중 서울 등지의 시범실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 등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무리하게 서두를 일은 더욱 아니다. 경찰이 자치단체장에게 종속될 경우의 문제점, 특히 지방권력이 사실상 ‘일당 독주’ 체제가 된 현실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것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검·경의 실질적인 정치 중립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사권 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 최근 ‘경찰 수사’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될 지경인 드루킹 부실 수사나, 청와대에서 일했던 검사가 중용되는 검찰 인사 등을 보면 더욱 그렇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대공 수사권 문제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