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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제국의 위안부’, 학술의 장에 다시 세우다

엄주엽 기자
엄주엽 기자
  • 입력 2018-06-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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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교수, 피소 4년 맞아 책 2권 동시 출간

‘…지식인을 말한다’
박교수에 쏟아진 비판 반박

‘…법정에서 1460일’
학술토론 방불케한 공방 정리


근래 가장 ‘문제적’ 논란이 된 책 ‘제국의 위안부’가 나온 지 5년째가 돼 간다. 학술적 논의 대상이 법정으로 가버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의 저자로 각종 민·형사 소송이 걸려 있는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가 피소 4년을 맞아 책 두 권을 동시에 출간했다. ‘제국의 위안부’를 찍은 출판사인 뿌리와이파리가 펴낸 ‘제국의 위안부, 지식인을 말한다’는 박 교수가 그동안 자신에게 쏟아진 지식인들의 비판을 반박한 책이고, ‘제국의 위안부, 법정에서 1460일’은 때론 학술세미나를 방불케한 법정 공방을 정리한 책이다.

한·일 관계와 국내 정치의 역학·지형 변화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던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지난 4년간의 논란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또 보기 드물게 진보·보수의 진영이 혼재돼 진행됐고, 학문의 자유와 역사의 트라우마에 대한 지식인·시민단체·언론의 스탠스 등 이제는 차분히 정리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들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 고소·고발은 학술 공간에서 이뤄져야 할 논의를 법정에서 이뤄지도록 만든 사태”라며 “나에게 비판적이었던 한·일 지식인들은 이 기간에 나를 공론의 장에 부르지 않았다”고 책에서 주장한다. 책의 내용은 상당 부분 인터넷이나 페이스북에 올랐던 것인데, 그 산재된 것을 모아 이제 학문적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자는 의지가 책에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일본 근대문학 전공자인 저자도 말하지만, ‘제국의 위안부’는 역사서라기보다는 역사를 둘러싼 사회현상과 담론에 대해 고찰한 메타역사서다. ‘미셸 푸코’의 방식이 연상된다. 우리는 극도로 정형화된, 거의 동일한 ‘위안부’ 이야기만 들었고 듣고자 했으며, 그 이야기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현재의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고 박 교수는 보았다. 민족주의와 가부장 문화에 가려진 부분을 들추니 ‘우리 안의 책임’도 드러났으며, 이어 ‘친일’과 ‘협상파’, ‘신(新)수정주의’ 등의 비난과 소송에 저자의 발언과 책은 묻혀 버렸다. 역사의 단죄 및 그 트라우마의 치유와 화해에는 어느 방식이 더 타당할까. ‘제국의 위안부’ 논란은 아직 정리해야 할 게 산적해 있다. 책에는 국내외 지식인들이 문제를 법정이 아닌 학문적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는 취지로 발표한 성명 4건이 실렸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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