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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板門店(판문점)’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면서 덩달아 ‘板門店’이라는 지명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그 유래에 대한 설명은 아직 명쾌하지 않다. ‘板門店’은 생각보다 오래된 지명이다. 이철보(1691∼1775), 신위(1769∼1845) 등의 한시, 김경선(1788∼1853)의 사행기록(使行記錄) 등에 두루 보이기 때문이다. 한양과 개성을 잇는 길목에 위치해 일찍부터 이름이 알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板門店’을 1951년 휴전 회담 당시에 중국어 표기를 고려해 새로 만든 지명으로 보기도 하나 옛 문헌에 이미 등장하므로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다.

‘문종실록’ 5권(1451)에는 ‘板門平(판문평)’이라는 들 이름, ‘선조실록’ 26권(1592)에는 ‘板門(판문)’이라는 마을 이름, 송상기(1657∼1723)의 한시 및 18세기 이후의 고지도에는 ‘板門橋(판문교)’라는 다리 이름도 보인다. 이 가운데 ‘板門橋’가 주목된다. ‘板門橋’는 임진강 지류인 ‘사천’에 놓인 다리인데, 지금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로 더 알려져 있다. 오래전부터 ‘널문다리’라 불렸으며, ‘널문(널빤지로 만든 문)을 뜯어다가 놓은 다리’라는 뜻이다. 이를 한자화한 것이 ‘板門橋’다. 마을 이름 ‘널문’은 다리 이름에서 앞부분만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널문다리’가 있어 그 주변 마을을 ‘다리’를 생략한 채 ‘널문’이라 하다가 이것에 접미사 ‘-이’를 붙여 ‘널문이’라고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마을 이름 ‘널문’을 한자화한 것이 ‘板門’이며, ‘널문’ 마을에 있는 들인 ‘널문들’을 한자화한 것이 ‘板門平’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板門店’은 ‘널문’ 마을에 있는 주막 겸 가게인 ‘널문주막’이나 ‘널문가게’를 한자로 바꾼 것이 된다. 물론 ‘板門平’이나 ‘板門店’은 마을 이름 ‘板門’을 이용해 직접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주막(가게) 이름인 ‘板門店’은 아주 일찍이 그 지역 이름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