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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北 정상회담 후
연합훈련 중단 발표에 이어
“주한미군 철수” 3차례 언급

北과 평화협정 체결될 경우
주한미군 감축·철수 현실화

‘가치동맹’서 ‘이익동맹’ 변화
韓·美 동맹 최대 위기에 직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및 주한미군 철수 시사 발언으로 한·미 동맹 형해화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핵화 협상의 종착역인 북한 체제 보장과 평화협정 체결 후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시나리오가 현실화돼 한·미 동맹이 최대 위기에 직면하는 등 정국이 급속히 ‘주한미군 블랙홀’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주한미군이 동북아 안보의 ‘상수’에서 ‘변수’로 변화하고, 한·미 동맹이 자유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가치동맹’에서 ‘이익동맹’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국면에 교묘히 활용해 결국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발표에 이어 “언젠가 주한미군 철수를 원한다”는 발언을 3차례나 언급, 한·미 동맹 균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세종연구소 측은 “지난달 말 연구소가 펴낸 남북정상회담 직후 워싱턴 현지조사 보고서에서 미국 측 인사들은 만약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주한미군이 큰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며,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핵 포기에 대한 보상으로 주한미군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 가장 나쁜 시나리오 중 하나가 될 것이란 경계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주한미군 감축 검토를 지시했다고 보도하는 등 주한미군에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이번에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수십 년간 지속돼온 주한미군 철수 불가 신화가 이번에 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미국이 대중국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에 북한을 편입, 포섭하려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철수를 북한 체제 보장용 협상 카드로 쓰면서 한·미 동맹이 형해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북한은 2016년 7월 6일 공화국 정부 성명으로 발표한 ‘체제 보장 5개 원칙’으로 미국 핵타격 수단의 전개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제안, 이를 관철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는 “북한은 북·미 수교, 평화협정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라는 표현 대신, 미국의 핵 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하며 한·미 연합훈련에서 핵 전략자산의 전개 중지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내용상으로 핵전략 자산 관련 조항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해체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