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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김연아, 박지성, 이승엽은 어떻게 현실의 스타에서 신화 속 영웅처럼 크고 빛나게 됐을까.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 스포츠 스타와 영화 속 주인공들의 행적을 고대 영웅 신화의 관점에서 살펴본 ‘스포츠 영웅의 비밀’(태학사)이 출간됐다.

　기자 출신의 영화평론가이자 저자인 임정식 문학박사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영웅과 현대의 스포츠 영웅을 비교·분석해 그 특징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스포츠 영웅으로 성장하기까지 그들에게 어떤 특별한 것이 있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영웅의 ‘조건’과 ‘비밀’을 더욱 선명하게 바라본다.

　전체 3부에서 1부는 현실 세계의 스포츠 영웅들을 다룬다. 신화학자 조제프 캠벨의 영웅 신화의 서사구조(출발-입문-귀환)를 통해 박찬호, 김연아, 박지성, 이승엽, 박세리의 선수 시절 활동과 특징을 분석한다. 박지성은 도전, 이승엽은 품성, 박세리는 개척정신이라는 키워드가 꼽힌다.

　2부는 스포츠 영화의 주인공들을 다룬다. ‘말아톤’의 자폐 청년 초원이는 ‘콩쥐 팥쥐’와 ‘신데렐라’ 이야기, ‘국가대표’의 입양아 출신 주인공 차헌태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테세우스와 고구려 유리왕에 비교된다.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 시련을 헤쳐 나가는 모습은 계모의 구박을 받는 소녀, 아버지 없이 성장하는 아들이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꿈을 향해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발걸음을 연상시킨다.

　3부에서는 국내외 영웅들의 면모를 아우른다. 21세기 이전의 인물, 해외 선수, 영웅에서 추락한 인물들을 망라한다. 손기정, 차범근, 백지선,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 미국 프로야구 재키 로빈슨, 미식축구리그 O J 심슨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등이다.

　책은 이런 비교와 분석을 통해 스포츠 영웅들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바로 고대 신화 속 영웅들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위대한 도전과 모험, 고난과 시련의 극복, 집단의 이익을 위한 행동, 도덕성이다. 모두가 영웅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각자의 분야에서 영웅들의 행적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영웅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303쪽, 1만8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