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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전업작가… 글쓰기에 사로잡힌 내 운명을 사랑한다”

최현미 기자 | 2018-04-25 10:38

장석주 작가는 전업작가로 지금이 가장 평화롭고 행복하다고 했다. 올해 죽음, 인간에 대한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장석주 작가는 전업작가로 지금이 가장 평화롭고 행복하다고 했다. 올해 죽음, 인간에 대한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나를 살리는 글쓰기’ 펴낸 장석주 작가 인터뷰

영감이 오기를 기다리며
글쓰기 미루는 건 게으른자

작가의 뇌를 가졌다는 건
무엇이든 쓸수있다는 자신감

인문·철학 거쳐 과학책 섭렵
책 읽기는 외로움 견디는 방법


“작가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책상 앞에 앉아 뭔가를 꾸역꾸역 써내는 일이다. 힘들든 그렇지 않든 날마다 쓰고, 오직 뭔가를 쓰는 행위 속에서만 정체성을 발견한다. 어제도 쓰고 오늘도 쓰고 그랬으니 내일도 쓸 것이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글쓰기에 사로잡힌 내 운명을 사랑한다.”

시인, 소설가, 평론가인 문장노동자 장석주(63) 작가가 ‘나를 살리는 글쓰기’(중앙books)를 냈다. ‘왜 글을 쓰느냐’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나’ 같은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이다. 글쓰기 노하우를 전하는 ‘창작법’ 모양새지만 작가의 책 읽기, 글쓰기 이력을 중심으로 쓴 문학적 자서전이기도 하다. 가난한 집 맏이로 태어난 문학청년이 출판사를 운영하며 잇달아 베스트셀러를 내다 추락한 뒤 이혼과 재혼, 생계형 작가를 거쳐 드디어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전업작가에 이른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이 우여곡절의 삶이 어떻게 읽기와 쓰기를 촉발했는지, 반대로 어떻게 읽기와 쓰기로 귀결됐는지이다. 책의 핵심 충고는 ‘무조건 써라’이다. 실제로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쓴다. 지난해 무려 9권을 냈고, 올해는 8∼10권을 출간할 계획이다. 전업작가 25년 동안 100권 가까이 썼다. 아모르 파티, 글쓰기가 운명이라지만 그의 ‘생산력’은 늘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이 모두가 엄청난 독서력에 바탕을 둔, 고강도 노동집약적 결과임을 알고 나면, 그는 인문, 사회, 철학, 과학을 오가는 귀한 전방위 작가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를 23일 만났다.

―부제가 전업작가는 왜 쉼 없이 글을 쓰는가이다. 왜 쉼 없이 쓰는가.

“놀 것 다 놀고 자기 삶을 분산시키면 못 쓴다. 영감을 기다리며 쓰기를 미루는 자는 게으르다. 매일 4, 5시간 꾸역꾸역 쓰지 않으면서 전업작가는 불가능하다. 그럴 체력과 정신적 내구력이 없다면 전업작가의 꿈을 접어야 한다.”

―하루에 몇 시간 쓰나.

“전업작가 자각이 투철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오전 내내 읽고 쓴다. 작가에겐 체력이 중요하기에 점심 먹고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산책한다. 그 뒤 다시 카페에서 두세 시간 일하고 밤 8시, 9시면 잔다. 술도 안 마시고 사람도 안 만난다. 단조롭고 단순한 생활이다.” 전업작가에 최적화된 일상이다. 그는 어떤 일에 몰입해 지속하면 뇌도 그에 맞게 최적화된다며 자신은 오랜 읽기와 쓰기를 통해 스스로 ‘작가의 뇌’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작업은 어떻게 하나.

“관심 가는 주제는 파일을 만들어 지식과 정보를 모으고 생각을 더한다. 어느 정도 축척되면 출력해 책을 쓰기 시작한다. 지금도 다양한 주제에 대한 파일이 30개 있다. 신문 등에 연재하고 원고 청탁도 받으니 매일 마감할 원고가 있다. 게으름 피우고 딴짓할 여유가 없다. ” 그래서 그는 다작(多作)이지만 어느 하나 함부로 쓰지 않는다고, 오랜 시간에 걸친 땀과 수고, 공력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쓰기와 읽기가 한 몸이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엄청나다.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책은 우리 한계를 넘는 거의 모든 경험을 가능케 한다. 책의 수련 기간, 읽는 인간을 거쳐야 쓰는 인간으로 도약할 수 있다. 모든 독서광이 소설가가 되진 않지만 성공한 작가는 모두 독서광이다. 다만 1년에 한두 달 외국을 여행하며 낯선 곳에서 감각을 예민하게 한다.” 책 말미에 그는 책 쓰기를 위해 읽어야 할 202권의 리스트를 수록했다.

―독서 이력은.

“어려서 책에 빠졌다. 외로움을 견디는 방편이었다. 중학생 때 한국문학 전집에서 시작해 세계문학, 인문, 철학, 동양철학을 거쳐 요즘엔 과학책을 많이 읽는다. 1년에 700∼800권 정도 사고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책까지 1500여 권 정도를 어떤 식으로든 읽는다. 읽기 노하우가 쌓이면서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는 읽기 속도와 함께 쓰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 속도전에는 두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하나는 자기 출판사에서 낸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으로 작가와 함께 옥살이한 뒤, 1993년 출판사를 접고 경기 안성으로 내려가 전업작가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는 10년 전 전업작가 시스템이 정착된 시점이다. 이때부터 인세가 연간 억 단위가 되면서 전업작가로서의 경제적 여건이 단단해졌다고 했다. 그는 작가의 천재적 재능은 낭만주의자들이 유포한 개념이라고 했다. 그 역시 열다섯에 첫 시를 쓰고, 스물넷에 신춘문예 시와 평론이 동시 당선된 ‘천재’지만 긴 시간 끝에 도달한 결론은 작가는 선천적 재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노력이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새벽이면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읽고 쓰는 것, 작가의 고된 노동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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