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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정 공개, 中에 영업비밀 90% 알려주는 꼴”

이관범 기자 | 2018-04-16 11:51

- 산업부 오늘 ‘국가핵심기술’ 여부 논의… 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삼성 작업보고서 공개되면
中 추격에 날개 달아주는 격”
“법원, 환경측면 중시한 판결
경제적 위험성은 간과했다”

산업부 “핵심기술 찬반갈리면
한두 차례 더 논의 할 수 있어”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가 공개되면 국가 핵심기술이 노출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

1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모처에서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 분과 전문위원회를 열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내 핵심기술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논의했다. 회의 장소와 참석 위원들 신상을 모두 비공개로 했다. 위원회는 삼성전자 보고서를 열람하고 소명을 들은 뒤 위원들 간 견해를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찬반이 엇갈리면 위원회를 한두 차례 더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검토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전문가들과 법원 견해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법원은 한국산업보건학회 사실조회 결과 등을 바탕으로 지엽적인 정보라고 간주하나 반도체 전문가들은 “후발 경쟁사에 영업비밀을 90% 이상 공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는 2016년 3년에서 2025년 1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공개할 경우 중국의 추격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전고법은 해당 보고서에는 영업 비밀에 대한 기재가 따로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으나 반도체 전문가들은 “산업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법원 판단대로 △비(非) 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 유지성 등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인정받는 법률상 영업비밀은 아닐 수 있으나, 유출될 경우 경쟁사에 엄청난 이익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보고서에는 법원 판단대로 ‘설비 배치’라고 명명된 것은 없지만 대신 측정 위치의 도면과 각 베이(bay·각 공정 설비가 설치된 방) 번호, 공정별 화학물질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이를 조합하면 전체 생산 공정의 흐름과 베이 개수 등의 윤곽을 알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정별로 사용하는 구체적인 화학물질 제품명을 찾아낼 수 있다.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장을 지낸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영업비밀의 핵심은 각 공정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떤 용제를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공개하면 중국 기업 등에 90∼95%를 가르쳐 주는 것과 같다”면서 “화학물질 제품명만 알면 최적화한 용제를 찾아내려 감수해야 하는 무한대의 시행착오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1000단계로 이뤄진 메모리 반도체 공정은 단계 하나만 안 풀려도 문제 해결에 1년 이상 걸리고, 어떤 공정·화학물질을 쓰느냐에 따라 수율(불량 없는 생산 비율)에 차이가 나서 수년간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이관범·박정민·권도경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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