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 美 통상갈등 봉합될까

철강관세 면제국 지위 얻는대신
車분야 추가개방 등 내줄 가능성

보호무역조치 열올리는 트럼프
관세부과 타 업종으로 확산 땐
韓·美 FTA 개정협상 낙관못해

한·미 양국의 철강 232조 관세 문제가 곧 풀릴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해결이 어디까지나 전체 미국 보호무역조치의 일부에 불과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더욱 복잡하게 진행될 것이란 점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19일 통상 당국이 언급한 “논의의 진전”은 한국이, 미국이 철강에 대해 관세 부과를 시작하는 시점인 23일(현지시간) 전에 예외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협상단은 지난 16일 한·미 FTA 3차 개정 협상이 끝난 후 결과에 대해 “집중적인 협의를 통해 이슈별로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역시 고위급 채널을 통해 이 같은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형태는 우리가 철강 관세 면제국 지위를 얻는 대신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분야 추가 개방을 내주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협상 초반부터 관심사항으로 자동차 문제를 끄집어낸 바 있다. 그러나 우리 협상팀은 자동차 1개 분야를 내주는 형태로 철강 관세 면제 지위를 얻어내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이외 다른 품목들에 대해 미국 측이 요구하는 바를 ‘일부’ 수용하는 형태로 양측이 합의를 볼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가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협상이 순조롭게 끝나지 않을 상황도 현지 협상팀은 고려하고 있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아주 낙관적으로만 생각할 상황은 아니다”며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철강 관세 면제 협상을 위해 지난 13일 출국한 김 본부장과 협상단은 오는 23일 관세 시행 전까지 미국에 남아 설득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3차 개정 협상을 마친 한·미 FTA 협상단도 계속 미국에 남아 협상을 진행한다. 특히 한·미 FTA 개정 협상 테이블 위로 미국 측의 또 다른 보호무역조치 사안이 언제 올라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조치에 대해 더욱 열을 올리고 있기에 철강 이외 다른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들이 이어질 경우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 협상은 더욱 난맥에 처할 수밖에 없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철강 관세를 피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지만 다른 품목이 언제 또 미국 측의 관세 부과 대상이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