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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개방病院 포기는 의료 역주행

기사입력 | 2018-02-13 12:09

최재욱 고려대 교수·예방의학 前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정부가 지난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신(新)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신의 하나로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개방형 병원(病院) 부지에 국내 종합병원 설립을 허용하기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동북아 의료허브’ 목표와 ‘의료 선진화’ 또는 의료서비스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미래 지향적인 규제 개혁의 모델로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송도 국제병원 도입을 이제는 낡은 규제로 폐기해야만 하는 것인가? 당혹스럽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는 미래 경제를 이끌어갈 신산업으로 의료산업을 중요시하고 의료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으며, 또한 소비자의 의료 서비스 선택권 강화와 의료 공급자들의 자유로운 경영 시도와 경쟁을 허용하기 위해 투자개방형 병원의 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 이후 소비자 선택권 제고, 부가가치 및 고용 창출 등 산업적 측면에서 기대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의료 접근성 저하와 국민 의료비 증가와 같은 부작용을 대비해 제도 도입과 아울러 필수 공익의료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소비자 정보 공개 강화, 의료자원 관리, 비영리법인 지원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 이후 일부 보건의료 전문가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된 투자개방형 병원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한 괴담(怪談) 수준의 ‘영리병원’ 여론 프레임에 갇혀, 바람직한 정책 논의와 국민과의 소통·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진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부자들의 영리병원이다, 기존 의료법인의 영리병원 전환으로 인해 의료 공급 부족이 발생한다, 또는 공적 건강보험이 붕괴한다는 등의 근거 없는 지나친 우려가 만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투자개방형 병원이 설립되면 국민건강보험 제도상 요양기관으로 당연히 지정돼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할 것이며, 민영 의료보험은 공적보험의 보충적 성격으로 제한하고, 기존 비영리 의료법인의 영리법인 전환 금지와 재정 투입을 통한 의료 공공성 지속 확충 등을 명확하게 발표했다. 그런데도 ‘영리병원’의 부정적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고 뼈아픈 정책 실패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비롯해 정밀의료의 등장 등 의료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최근의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의료 환경의 변화에 대해 보건의료 정책과 의료산업 정책은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해야만 미래 환경에 대처할 수 있다. 반면, 지난 16년 간 소모적인 논쟁과 의료 선진화가 표류하는 동안 의료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우리나라 병원의 의료이익률은 2014년 2.3%로, 2005년 8.7%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으며, 이는 같은 해 제조업 평균 이익률 4.27%보다도 훨씬 낮다.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6.0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7.0회보다 2.2배나 많은 반면, 1분 외래 진료와 의료 서비스 환자 만족도 저하, 응급의료 제도의 취약성과 메르스 사태 같은 부실한 공적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 등 의료 선진화의 길은 멀기만 하다.

2002년 의료 선진화라는 화두가 시작된 이래 16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환자와 국민의 의료 서비스 수준 향상과 공적 의료와 의료산업의 동반성장을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의 정상화를 시작으로 의료산업 정책과 보건의료 정책의 선진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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