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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가슴 졸이는데 설은 무슨… 애들 오지 말라 했다”

박천학 기자 | 2018-02-13 11:50

명절 분위기 사라진 포항

‘엎친데 덮친 지진’불안 심화
기약 없는 대피소 생활 계속


“지진 공포로 가슴을 졸이는 판국에 무슨 설 명절입니까. 아이들한테 절대 오지 말라고 했어요.”

지난 11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4.6의 여진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설 명절 맞이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규모 5.4 지진에 이어 발생한 강한 여진으로 설 차례를 지낼 곳조차 잃어버린 일부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12일 오후 흥해읍 한 아파트. 주민과 안전진단업체 직원이 땅을 파고 묻혀 있는 아파트 기둥을 살펴보고 있었다. 한 주민은 “50여 개 기둥이 으스러졌고 벽도 곳곳에 균열이 나 있어 도저히 집 안으로 발길을 옮기지 못하겠다”며 “설 명절 쇠는 것은 고사하고 보금자리를 잃어 암담하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아파트는 벽면 추락에 대비해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었고 기둥은 꺾여 내려앉았다. 이곳에서 만난 이모(59) 씨는 “지난해 지진 이후 잠잠해서 그나마 명절을 쇠려고 했는데, 여진으로 더 큰 피해를 입었다”며 “조상을 어디서 모셔야 할지 답답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지진 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 있는 이재민들도 쓸쓸한 명절을 맞게 됐다. 김모(여·78) 씨는 전화로 서울, 부산에 있는 자식에게 지진 불안으로 차례를 지내지 않으니 고향에 아예 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식과 손주들이 더욱 그리워지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옆에 있던 이모(여·76) 씨는 “설 연휴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며 “명절 기간 친척이나 자식이 있는 대구 등 다른 지역으로 피신했다가 다시 대피소로 돌아오려는 이재민들이 있는데, 이들이 부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피소에는 이재민 400여 명 가운데 100 여 명이 명절 기간 그대로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는 이들을 위해 설날인 오는 16일 합동 차례를 지내기로 하고 지역 청년회와 협의 중이다.

한편, 포항시는 여진으로 13일 오전 11시 현재 43명이 부상하고, 914건의 각종 시설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포항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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