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 이용해 경찰 무시
수사중 증거 조작·가혹 행위도”

경찰은 형사사법 절차 전반을 검찰이 장악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선 검경 수사권 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현재 검사가 수사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영장청구권·기소권·공소유지권·형 집행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형사사법 구조 전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은 (권한 남용 등 방지를 위해) 검찰에 사실상 ‘수사 통제기관’으로서 한정된 역할만 부여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특히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경찰 단계보다 인권침해가 더욱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22일 “2010년 1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검찰 수사 중 자살한 사람이 79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조작·가혹행위 등 인권침해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고 역설했다. 또 검사가 경찰의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해도 이의제기를 할 수단이 없어 검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경찰 수사가 무력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지난해 3월 수사 대상자에게 뇌물을 받은 한 검찰 수사관에 대해 계좌 추적 영장과 통신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지 않아 수사가 지연되는 동안 다른 지검의 별건 수사로 검찰 수사관이 구속된 사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허위 출장비를 집행하는 등의 수법으로 약 7000만 원의 국고를 횡령한 공무원에 대해 3차례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사가 모두 청구하지 않았고 되레 피해 금액과 횡령 액수를 축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검사가 수사종결권(불기소처분)까지 가진 현재 구조에서 검찰 비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폐단이 심각하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령상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경찰에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미흡한 사건 수사 등을 내세워 폭언과 함께 구속영장을 찢어버린 일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 법학 전문가와 일반인 등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형사사법기관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경찰 신뢰도(23.1%)가 검찰 신뢰도(12.7%)를 앞섰다”고 밝혔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