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법부 분위기가 더 뒤숭숭해지고 있다고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이른바 ‘코드 판사’들이 설치고,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 등 ‘적폐청산’ 바람에다 당사자 동의 없는 컴퓨터 강제 개봉을 둘러싼 위법성 논란까지 일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내달 정기 인사를 앞두고 중견 판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근년에는 인사철이 되면 통상 30∼40여 명이 사표를 내고 변호사로 전업하곤 했는데, 올해는 그 규모가 훨씬 클 것이라고 한다. 80여 명에 이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김 대법원장이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에 비해 13기를 뛰어넘어 파격적으로 기용됐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긴 하다. 고법부장 승진제도가 폐지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법원 측도 17일 ‘예년 수준과 별 차이가 없다’면서 사직 이유에 대한 억측을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따라서 추이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중견 판사들이 떠나려 하는 경향은 뚜렷하다고 한다. 각 기수의 선두 그룹을 형성해온 판사가 다수 포함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근 법률 시장의 침체와 경쟁 가열로 인해 능력 있는 판사들이 변호사 개업보다는 현직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음을 고려하면 이상기류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법원(法院)에서 코드 판사들이 사법권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도 진작에 제기됐었다. 일부 판사가 인터넷 게시판에 ‘양승태 패거리’‘적폐 따까리’ ‘은따(은근한 왕따)시키자’ 등의 막말로 공격을 퍼붓는 것만 봐도 내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대법원 해명대로 사직 이유는 개인적이고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러나 연수원 수석 출신에 대법관이 유력한 판사들마저 사의를 표명하면서 “범죄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이 싫다”고 한다고 한다. 조만간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또 술렁일 것이다. 이런 식이면 사법부에서 재판 역량보다 ‘재판은 정치’류의 코드가 앞서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