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독일 명품 TV 브랜드 뢰베가 자사 프리미엄 TV를 전시한 쇼룸 전경. 뢰베 제공

삼성·LG가 다져놓은 시장에
보쉬·지멘스·뢰베 뛰어들어
최상위 1% 위한 마케팅까지

中·日보다 장벽 낮고 규모 커
韓 시장 성장률, 세계의 3배
강남·부산 등에 매장 열어

한국 시장이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지난 2~3년간 삼성·LG전자가 상위 5%를 겨냥해 국내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확대해놓자 최근 보쉬, 지멘스, 뢰베 등 해외 주요 가전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보다는 진입 장벽이 낮고 홍콩과 싱가포르보다 시장 규모는 커 아시아 지역 교두보로서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독일 유명 가전업체 보쉬는 올해 한국 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삼고 한국형 신제품을 선보이겠다고 17일 밝혔다. 보쉬가 우선 노리는 곳은 삼성·LG전자가 개척한 의류건조기 시장이다. 올 상반기 300만~400만 원대 건조기 3종과 세탁기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멘스의 초고가 브랜드 가게나우는 국내 최상위 1%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한다. 가게나우의 양문형 냉장고는 4000만 원대로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에 빌트인으로 대량 납품됐다. 독일 프리미엄 TV 브랜드 뢰베는 최근 서울 강남과 부산 등에 플래그십 매장 4곳을 줄줄이 열었다. 유려한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뢰베는 800만~1000만 원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TV 등으로 국내 프리미엄 TV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밀레는 58분 만에 설거지가 끝나는 한국형 식기세척기를 400만 원대에 선보이고 서울 강남 일대에서 체험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 몰려드는 이유는 탄탄하게 다져진 시장이다. 삼성·LG전자가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넓혀 놓아 고가 가전에 대한 수용성이 높고 가격 저항감도 적은 편이다. 시장 입지도 탁월하다. ‘외산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국과 일본 시장은 초기 투자비가 막대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낮다. 글로벌 업체들이 5~6년 전까지 아시아 거점으로 삼았던 홍콩과 싱가포르 시장은 정체돼있다. 반면 한국 프리미엄 가전 시장 성장세는 탄력을 받고 있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2016년 말 국내 프리미엄 가전 시장은 전체 시장에 비해 성장률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성공 여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이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제조 기술과 높은 인지도로 국내 시장에 자리 잡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LG전자의 안방인 만큼 일반 가전에선 쉽지 않다”며 “브랜드가 통하는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는 역사가 짧은 양사보다는 글로벌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독일 명품가전업체 밀레 한국법인인 밀레코리아의 ‘익스피리언스센터(MEC)’전경. 밀레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