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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사이, 정부 담당 부처 관계자들 사이에는 ‘작은’ 고민 하나가 생겼다. 정규직 전환을 축하하고 기쁨을 누리는 그 틈으로, 곧 닥쳐올 수 있는, 그러나 아무도 걱정하지 않고 있는 문제이다. 최근 만난 정부 A 부처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돌린 이들 중에 결원이 발생하면 신규로 뽑아야 할 텐데 어떤 기준으로 채용해야 할지 아무 대책이 서 있지 않다”며 “청소, 용역 등 단순 직종이지만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고용절벽’과 맞물려 경쟁률이 엄청날 텐데 학력 기준과 전문성 선발 기준을 새로 둬야 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들이 가령 음주운전사고를 낸다면 기존 정규직원에 준해 처벌·징계해야 할지 정말 아무런 기준이 서 있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정규직 전환의 취지야 좋지만, 속도전이 빚어 놓은 또 다른 후유증을 예고하는 대목 아닐까. 과연 이런 문제까지 예상했을까.

지난해 5월 기자는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사령탑의 역할과 중요성을 환기했다. 앞서 1월 초에는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구조에 대한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원인 분석과 대안, 회생에 대한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제시할 책임 있는 주체에 대한 ‘갈망’을 적시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최저임금’ 논란부터, 비트코인 광풍, 강남발 집값 폭등 같은 당·정·청이 갈팡질팡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난제가 현실화하다 보니 역시 쉽지 않은 과제라는 점을 목도하게 된다. 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이자,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이며, 실망스러운 점은 엇박자, 총괄·조율·예방 기능의 실종이다. 정확히 13년 전인 2005년 노무현 정부 때도 당·정·청이 내놓는 정책마다 엇박자를 빚고 경제총괄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데자뷔다. 물론 역대 정부 때마다 이런 현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한 점은 경제정책의 총괄 조정 역할을 누가 하는지, 위기대응능력은 있는지에 대한 실망감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대책, 가상화폐, 최저임금 등의 ‘돌출’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고, 부처 간에 소통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정교하지 못한 정책이 시행될 때 어떤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축소판이기도 하다.

2018년 한국경제가 표류할지, 안정될지 궁금증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반도체 주도형 수출 호황이 언제까지 갈지도 장담할 수 없다. 거시 지표상의 대외건전성, 재무건전성은 좋아졌다고 하나 한창 일할 청년층이 가상화폐에 목을 매는 슬픈 현실이 말해 주듯 경제활력은 쇠락했다. 강남은 흙수저가 감히 넘보지 못할 철옹성(鐵甕城)으로 변질했을 정도로 부(富)의 편중과 계층화는 고착화하고 있다. 가계의 소득 여력을 키워 내수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데 언감생심이다. “예측할 수 없는 위기를 맞더라도 신축적으로 대응하면서 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연한 경제의 구조적 토대를 닦는 게 중요하다”는 어느 전직 경제 고위 관료의 고언(苦言)이 새삼스럽다. 컨트롤타워는 이걸 직시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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