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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영화 ‘나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아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아이와의 교감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엄청난 상실감에 빠진 인물의 감정을 파헤치기보다는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이 겪는 고통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가족의 의미와 진정한 사랑에 대해 깨닫게 된다.

키에틸(크리스토퍼 요너)은 사랑하는 아내 카밀라(엘렌 도리트 페테르센)가 원하는 대로 다니엘(크리스토페르 베치)을 입양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로 카밀라가 죽고, 키에틸은 다니엘을 혼자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키에틸은 바쁜 일 때문에 유대감을 쌓지 못한 다니엘과 지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아이를 입양했거나 입양된 사람들의 모임에 나가고, 전문가와 상담도 해보지만 키에틸은 자신이 다니엘에게 사랑을 줄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결국 키에틸은 다니엘의 친엄마를 찾기 위해 다니엘과 함께 다니엘이 태어난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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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틸이 사는 노르웨이에서 시작된 영화는 다니엘의 고향인 콜롬비아로 배경을 옮겨가며 공간의 대비를 통해 키에틸과 다니엘이 느끼는 단절의 두께를 설명한다. 또 키에틸을 안내해주는 콜롬비아인 택시기사 타보(말론 모레노)를 비롯해 여러 인물들이 키에틸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보여주며 키에틸의 변화를 조금씩 쌓아간다.

영화 초반 키에틸이 정말 좋은 아빠가 되기를 원하는 건지, 아니면 슬픈 감정을 억누르기도 힘든 상황에서 다니엘이 귀찮은 존재로 느껴져 그를 떨쳐내려 하는 건지 애매하게 다가온다. 키에틸은 “다니엘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싶다”고 말하지만 다니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 뚜렷하게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 한다. 그러다가 몇몇 일을 겪으며 자신이 바라는 점을 명확하게 알게 된다.

영화는 명쾌하게 전개되지 않지만 그 점이 답답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각자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노르웨이 ‘국민배우’ 크르스토퍼 요너는 키에틸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시종 불안한 시선과 참담한 표정으로 표현하며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연출자인 아릴드 안드레센 감독은 “사랑하고 , 미워하고 , 상처받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