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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광숙씨 초졸서 대학 도전
“지금 아니면 기회없다 생각”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고 3학년 임광숙(60·사진) 씨는 23일 난생처음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렀다. 이번 수능은 그가 뇌종양 수술도 포기하고 선택한 것이다. 사실 지난 15일 경북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미뤄졌을 때는 실망하기도 했지만, 금방 마음을 고쳐먹었다.

임 씨는 “세상일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되면 참 좋겠지만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포항에서 힘든 상황을 버티고 있는 분들, 그리고 미뤄진 수능에 애가 탔던 학생들 모두에게 결국은 더 좋은 일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지난 8월 건강검진에서 양성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그는 “꼭 수술을 받아야 하는 부위라고 하더라”며 “그렇지만 ‘지금이 아니면 대학 갈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수술보다 수능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어릴 적 ‘여자가 학교 다녀 뭐 하느냐’는 분위기 때문에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한 임 씨는 2014년 고종사촌 언니의 소개로 일성여중고에 입학했다. 그는 “아이들 어릴 때 학교 서류에 부모 학벌을 써야 하는데, 그 칸이 그렇게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며 “언젠간 꼭 학교에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어느새 대학까지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 씨는 학교에 다니며 ‘늦깎이 시인’ 타이틀도 얻었다. 지난 9월 ‘순수문학’에서 정식 시인으로 등단했다. 작가는 그의 오랜 꿈이었다. 어린 시절 경남 합천군에서 살았던 그는 서울에서 공부하던 오빠가 간간이 보내주던 펄 벅의 ‘대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등을 읽으며 꿈을 키워왔다. 그러나 몇 년 후 자신도 서울로 올라오면서 꿈보다는 삶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임 씨는 “1980년에 결혼하고 나서는 시집 한 권 못 보고, 하고 싶었던 걸 다 잊어버리고 살았다”며 아쉬워했다.

꿈을 되살려 준 것은 학교생활이었다. 임 씨가 다니는 일성여중고는 여러 사정으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여성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 학교다. 문예 동아리 활동을 하며 교내외 백일장 등에서 상을 받고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가족들도 임 씨의 도전을 무한 지원 중이다. 임 씨는 “무뚝뚝하던 남편이 잘 해보라며 노트북도 사주고, 집안일도 열심히 도와준다”며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망설이지 않는 것, 그리고 그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인생에서 꿈을 이뤄가는 비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아·김수민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