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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초 하위권 전력 예상 불구
주전·비주전 고르게 출전시켜
선수들에게 ‘자신감’ 심어줘
10승4패로 2위 ‘놀라운 변화’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DB(동부)가 시즌 초반 펄펄 날고 있다. DB는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DB는 23일 현재 10승 4패로, 1위 SK(13승 3패)에 이어 순위표에 이름을 올렸다. DB는 김주성의 노쇠화, 허웅의 군 입대, 윤호영의 부상 등으로 인해 시즌 전 하위권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시즌 주축 선수 중 지난 시즌 주전은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뿐이다. DB는 하지만 개막 5연승을 달리는 등 6승 3패로 1라운드를 마치고, 2라운드에서도 벤슨이 결장한 KCC 전을 제외한 나머지 4경기를 모두 잡으며 시즌 전 평가를 무색하게 했다.

DB의 선전에는 이상범(사진) 감독의 ‘용인술(用人術)’이 먹혀들어 가고 있다는 평가다. DB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이 내놓은 처방은 ‘팀 분위기 쇄신’이었다. 주축 선수 의존도를 줄이고 선수 전원을 고르게 출전시켜 선수마다 자신감을 심어주며 ‘우리의 팀’으로 변화시킨 덕분이다.

14경기를 치르면서 10명이 11경기 이상 코트를 밟았는데 이는 SK와 함께 가장 많다. 또 총출장시간이 1시간이 넘는 선수는 13명이다. 외국인 선수 1명을 교체한 LG와 공동 1위로, 주전, 비주전 할 것 없이 기회를 주고 있다.

DB는 이덕에 한 두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컬러의 팀으로 변신했다. 팀에서 평균 출장시간이 가장 많은 디온테 버튼(30분 53초)은 리그 전체 17위에 그친다. 국내 선수 중에는 서민수, 두경민, 김태홍이 주전으로 나서지만, 다른 팀에 비해서는 비중이 낮은 편. 서민수는 팀 내 토종선수 중 가장 긴 평균 28분 54초를 뛰었는데, 이는 리그 전체 토종선수 중 15위에 불과하다. 구단 관계자는 “벤치에 있다가도 언제든 출전할 수 있고, 이번 경기는 빠져도 다음 경기에는 출전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 훈련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18일 KGC인삼공사전, 19일 전자랜드전에서 박병우는 각각 3점슛 3개씩 넣으며 11득점과 9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도왔다. 박병우는 총출전시간(1시간 31분 38초)이 팀에서 11번째다. 이 감독은 “출전 기회를 주는 대신 철저히 준비를 시킨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악착같이 뛰는 것은 리바운드 숫자에서도 확인된다. DB는 평균 44.1리바운드를 챙겨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있다. 평균(38.2리바운드)보다 6개가 더 많다. DB는 ‘동부산성’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리바운드가 강한 팀.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윤호영이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 결장하고 김주성이 체력부담으로 3, 4쿼터에만 출전하는 등 높이가 낮아졌다. 선수들이 한 발씩 더 뛴 것이 리바운드 1위 유지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감독은 “한 발 더 뛴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은 실수에 관대하다. 기본 틀 내에서 플레이를 하다가 실수를 하거나 경기를 놓치더라도 선수들을 탓하지 않는다. DB가 10구단 중 3점슛 시도(27.4개), 3점슛 성공(9.4개)이 모두 1위인 것도 선수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