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合法) 절차를 밟아 존엄사(尊嚴死)를 선택해 임종한 첫 사례가 나왔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등은 21일 “한 상급종합병원에 입원 중이던 암 환자가 최근 자신의 결정에 따라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한 뒤 일시적 생명 연장 조치 없이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월 제정돼 내년 2월 시행에 앞서 지난 10월 23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1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 중인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존엄사법)의 보완·개정 필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우선, 말기와 임종기 환자만 작성할 수 있는 연명의료계획서의 대상과 연명의료 중단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 회복할 가망이 없고 2∼3일 내로 숨질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는 이미 의식을 잃어 스스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단계 전의 환자도 작성할 수 있어야 실효성이 커진다. 병세 악화 전에 가족 전원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해 두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부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로 한정한 중단 대상 연명의료도 의료계 주장대로 체외막산소공급(에크모)·혈압조절제 투여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의 고통과 생명을 무의미하게 연장할 뿐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연명의료 중단을 위한 서류가 가족은 물론, 의료진도 헷갈릴 만큼 복잡한 현실 또한 정비해야 한다. 무의미한 생명 연장만을 위한 의료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건강한 사람도 평소에 밝혀 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시범 의료기관 제출자가 21일 현재 1648명인데, 연명의료계획서는 단 5명인 배경도 달리 있지 않다. 물론 종교계 일각 등이 우려하는 존엄사 남용·악용은 막아야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입법 취지는 최대한 실질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