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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 ‘동백’ 맞는 옷 입은 느낌”

“컴백 2년… 다시 태어난 셈
20代 관객도 찾아와 신기”

“저는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37년 동안 잠자고 있다가 지난해 새로 출발해 이제 2년도 안 됐잖아요? 저를 아는 세대는 물론 제 노래에 귀 기울여주는 젊은이들이 있어서 힘이 나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앨범이 꼭 히트했으면 좋겠어요.”

어느덧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선 ‘전설의 디바’ 정미조(68·사진). 16일 서울 마포구 포은로에 있는 인디밴드의 전당 벨로주에서 만난 그는 1972년 ‘개여울’로 데뷔할 당시보다 더 ‘소녀’ 같았다. 새 앨범 ‘젊은 날의 영혼’ 발표에 맞춰 진행된 조촐한 쇼케이스. 그는 ‘동백’을 열창한 후 ‘첫사랑’의 선율에 빠졌으며, ‘젊은 날의 영혼’을 말하면서 전율했다.

정미조는 “더블 타이틀 곡인 ‘동백’은 처음 받자마자 마치 나한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정수욱 프로듀서와 올해 초부터 1주일에 한 번씩 만나면서 멜로디를 맞췄다. 데뷔한 지 45년인데, 45년을 기다렸다가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난 것처럼 내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미조는 1970년대 최고의 가수였다. 패티김처럼 깊고 풍부하면서도 대학생 같은 풋풋한 음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등 연달아 히트곡을 내며 MBC 10대 가수상까지 받았으나 1979년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프랑스 파리로 미술 유학을 떠났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 미련 없이 떠난 그는 그대로 ‘전설’이 됐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버라이어티한 곡을 부르다가, 모리스 앨버트의 ‘필링스’를 하고, 또 소녀적인 ‘불꽃’을 불렀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림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로 가버렸다. 13년의 유학 생활 동안 음악을 잊고 살았다. 어떤 물건을 창고에 넣고 잊어버린 것 같이…. 그리고 귀국해 20여 년 교수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37년 만에 녹음할 때 밤에 한숨도 못 잤다. 그로부터 다시 1년여. 이젠 재즈, 샹송, 라틴풍 등 어떤 스타일도 좋고 행복하다.”

이번 앨범에는 전부 14곡이 실렸다. 재즈, 라틴, 팝, 모던 포크 등 장르도 다양하다. 기타리스트 박주원, 재즈피아니스트 송영주, 색소폰 연주자 손성제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힘을 합쳤다. 동요 오디션 프로그램 ‘위키드’ 출신의 11세 소년 오연준과의 듀엣곡 하모니도 5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는다.

노래만 들으면 도저히 나이가 짐작되지 않을 만큼 맑고 깊고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만 1970년대 감성을 유지한 정미조가 그를 전혀 알지 못하는 21세기 신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지난번 한 공연장에서 ‘개여울’이 너무 좋아 찾아왔다는 22세 관객을 만났다. 너무 신기했다. 또 진주의 한 공연장에서는 공연이 끝난 후 한 여성 관객이 찾아와 데뷔 때 곡인 ‘7번 국도’를 불러주지 않아 서운했다며 덕담을 건넸다. 내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내 노래가 좋아서 왔다는 이야기에 희망을 봤다. 참 좋은 노래, 가슴에 담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