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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의 몸에서 최장 27㎝에 달하는 기생충 수십 마리가 나왔다고 한다. 이국종 교수(아주대 의대)는 15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북한 병사에 대한 2차 수술 뒤 브리핑에서 “외과 의사 경력 20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큰 기생충을 장관(腸管·소장과 대장)에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귀순 병사의 키는 170㎝, 몸무게는 60㎏으로 측정됐는데, 이는 우리나라 고3 남학생의 평균치(173.5㎝, 70㎏)에 못 미친다. 이 병사의 소장은 2m가 넘는 한국 남성의 소장 길이에 훨씬 못 미치는 1.5m였고, 복강의 음식물도 대부분 옥수수였다.

북한의 지속되는 식량난 때문에 북한 주민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서 체격 또한 왜소해졌다는 보도는 많았는데, 소장 길이까지 짧아졌다는 것은 북한의 식량난이 장기간 지속되며 신체 변화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출신 성분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JSA 근무 군인조차 옥수수로 연명한다면, 여타 북한 부대의 식량 보급 사정은 더욱더 열악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생충은 1960, 197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 만연해 학교에서 단체로 구충제를 먹을 정도였지만, 기생충 퇴치에 집중하면서 사실상 박멸된 상태다. 그러나 JSA 귀순병사의 몸이 기생충으로 뒤덮일 정도라면, 일반 북한 주민들의 실태는 더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11월 대한의사협회 창립 107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홍성태 교수는 “장내 기생충 감염률이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1% 이하로 감소한 반면, 북한은 여전히 57.6%로 높은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생충뿐만이 아니다. 북한에는 치료가 필요한 말라리아 환자만 1만5600명이 넘고, 결핵 환자가 10만 명, 일반 결핵약으로 치료하기 힘든 악성 결핵인 다제 내성 결핵 환자도 4000∼5000명으로 추산된다. 스티븐 린턴 유진벨재단 회장이 2007년부터 북한의 다제 내성 결핵 환자를 매년 1000명씩 신규 등록해 치료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북한의 기생충과 결핵이 통일됐을 때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될 것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세습 독재가 지속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몸은 쪼그라들고, 각종 질병으로 뒤덮이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반(反)인륜 죄상에 모두 분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