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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 경영대 교수

중국 광군제는 혼자임을 상징하는 듯한 ‘1’이라는 숫자가 4개나 겹쳐 있는 11월 11일을 마치 싱글들을 위한 날처럼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날이다. ‘광군(光棍)’은 빛나는 막대기라는 표현으로, 애인이 없는 독신을 의미하기 때문에 광군제를 ‘싱글들을 위한 날’이라는 뜻으로, 싱글데이 또는 솔로데이라고도 한다.

광군제는 1993년 난징대 학생들이 11월 11일을 애인 없는 친구들끼리 서로 챙겨주고 위로하는 기념일로 활용하면서 시작됐다. 이렇게 우연하게 만들어진 행사가 인터넷을 통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2009년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광군제 때에는 쇼핑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고 광고하면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전개, 전국으로 확산됐다. 알리바바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하자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동참하면서 광군제는 이제 공식적인 ‘쇼핑의 날’로 발전했고, 최근에는 한국 유통업계 역시 광군제 특수에 대비한 각종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할 만큼 전 세계가 즐기는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도 중국 광군제에서는 세계 신기록이 쏟아졌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28조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2대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JD.com)도 이날 하루에만 21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1분기와 비슷한 매출액이 중국에서는 광군제 행사가 진행되는 단 하루에 일어났다.

우리는, 천문학적인 매출액보다도 광군제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혁신성장의 축제를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이 전자상거래를 시작할 당시 많은 전문가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교통과 도로 사정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어 배송 물류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중국은 이런 본질적인 물류산업 취약점을 광군제라는 축제를 통해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이겨내고 있다.

지난 11일 하루 동안 수주한 주문량은 알리바바가 14억8000만 건, 징둥이 7억3500만 건이나 된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보다 약 40~50%씩 성장했다. 중국 국가우정국은 이날 하루 택배 물류량이 8억5000만 건으로, 전년 광군제보다 29.4% 늘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와 징둥은 중국 전역에 3000만㎡ 이상의 물류 창고와 배송기지를 마련하고 300만 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광군제에는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기술이 모두 활용돼 천문학적인 물류를 해결하기 위한 최첨단 잔치를 벌였다. 매년 광군제 행사 때마다 평균 30% 이상 성장하는 주문과 배송을 처리하기 위해 인력과 기술을 총동원하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총체적인 노력 덕분에 알리바바는 이번 광군제 행사에서 단 11초 만에 1억 위안의 매출을 기록했고, 500억 위안 돌파에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모바일 주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거의 90%에 이르렀고,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는 14억8000만 건이 이용해 전년도에 비해 41%나 급증했다.

이제 광군제는 단순히 중국에서 벌어지는 할인 판매 행사가 아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광군제가 별다른 수익을 주지는 않지만, 소비자에게는 즐거움을, 그리고 알리바바에는 기술력과 인재, 조직력을 향상시켜 주는 축제라는 사실을 주저 없이 밝혔다. 광군제가 거듭되면서 중국이 물류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일도 이제 시간문제에 불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