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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극 ‘사랑의 온도’(극본 하명희·연출 남건)의 상승세가 꺾였다.

17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사랑의 온도’의 전국 시청률은 7.9%. 동시간대 방송된 KBS 2TV ‘마녀의 법정’(9.1%)에 1위 자리를 내줬다. 10%를 웃돌았던 시청률이 크게 하락하며 ‘마녀의 법정’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혹자는 ‘시청률이 뭐가 중요하냐?’고 묻는다. 시청률을 차치하더라도 ‘사랑의 온도’가 서현진, 양세종 두 배우의 호연을 바탕으로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시청률은 드라마를 평가하는 바로미터다. 시청률이 유지만 됐더라면 신규 시청층을 확보하지 못했어도 ‘사랑의 온도’가 기존 팬들을 꼭 붙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시청률이 하락하고, 정상에서 내려왔다는 것은 시청층이 이탈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뭔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날 방송 분량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키스신이 담겼다. 시청률 상승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투입됐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 원인은 결과적으로 하명희 작가에게서 찾아야 한다. 하 작가는 소위 ‘대사발’이 좋기로 유명하다. 섬세한 대사가 시청자들의 폐부를 찌르는 글을 쓴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만족도도 높다. 하지만 그의 전작인 ‘따뜻한 말 한마디’와 ‘상류사회’ 역시 시청률이 10% 안팎에 그쳤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마지막 두 회의 시청률이 오히려 하락하기도 했다.

그 나름의 이유를 분석하자면, 사건의 부재를 들 수 있다. 하 작가는 끊임없이 사건, 즉 에피소드를 던져 긴장감을 유발하기보다는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절묘하게 타고 넘는 필법을 즐긴다. ‘사랑의 온도’도 마찬가지다. 각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재미가 크다. 반면 반전이나 변화는 부족하다.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요즘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입맛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하 작가의 또 다른 드라마인 ‘닥터스’의 성공은 이 설명을 뒷받침해준다. 이 드라마는 20%가 넘는 시청률을 거두며 하 작가에게 가장 좋은 성적표를 안긴 작품이다. 메디컬 드라마였던 ‘닥터스’에는 끊임없이 긴장을 유발하는 장치가 있었다. 남녀 주인공의 감정 곡선을 따라가면서도 곳곳에 배치된 사건과 마주했다.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남녀가 아닌 의사로서 그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구해내며 긴장감이라는 고삐를 바투 쥐었다.

반면 ‘사랑의 온도’는 바로 이 장치들이 아쉽다. 물론 그런 정적이고 담백한 맛 때문에 ‘사랑의 온도’를 챙겨 본다는 이들도 있다. 그런 시청자들은 극적 재미를 위한 에피소드들이 오히려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저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청률은 그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균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렇게 봤을 때 시청률이 하락하며 경쟁작에 덜미를 잡힌 ‘사랑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부족한 2%를 채워주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