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무일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법조계 ‘설립 권고안’에 우려

120명 매머드급·권한도 막강
대통령에 처장 임명권 부여해
독립성·정치중립 흔들릴 우려
檢 견제하려다 갈등소지 키워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권고안에 대해 19일 법조계 안팎에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공수처가 독립성을 상실한 채 ‘옥상옥(屋上屋)’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수사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정태원 변호사는 이날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공수처가 대통령 휘하에 무소불위의 사법기관으로 자리 잡아 검찰을 뛰어넘는 권력형 사법 기관, 검찰보다 더 괴물 같은 조직이 될 수 있다”며 공수처의 독립성·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 변호사는 “대통령이 공수처를 쥐락펴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통령에게 처장 임명권을 줬다”며 “검찰개혁의 핵심이자 출발점은 대통령과 선을 긋는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 시점에선 공수처가 대통령에게 더욱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공수처의 규모와 권한이 막강해 결국 ‘검찰 위의 검찰’, 즉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비판도 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권력기관의 총량이 늘어날수록 국민만 고달파진다”면서 “검찰과 비슷한 성격의 다른 기구를 만드는 꼴인데, 공수처가 지금 검찰과 똑같은 문제점을 재현하면 또 다른 세 번째 기관을 만들 것인가. 전형적인 옥상옥 구조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이 제 기능을 못 하는 걸 보완·견제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기관치고는 공수처의 규모와 권한 범위를 너무 크게 넓혀 오히려 검찰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구본진 변호사는 “검사들이 자신이 밝혀낸 고위공직자 비리를 공수처에 이첩하려고 1년씩 걸려가면서 기업 수사에 공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우려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검찰과 충돌이 우려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는데 (법무부가) 처음부터 무리하게 일을 벌이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법무·검찰 개혁위는 전날 검사 50명을 포함해 수사 인원만 최대 120명에 달하는 매머드급의 공수처 창설 방안을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김리안·이정우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