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회의서 미얀마 규탄 성명
아웅산 수지는 유엔총회 불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불교국인 미얀마가 자국 내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해 ‘인종 청소’를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달 25일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야족 반군 간 유혈충돌 이후 최근까지 37만 명 이상의 국경 이탈 난민이 발생하면서 로힝야족 사태가 국제문제로 비화하자 유엔이 적극 나선 것이다.

안보리는 13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미얀마 사태를 규탄하는 공식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미얀마의 과도한 폭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는 동시에 법·질서를 재확립함으로써 시민들을 보호하는데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영국과 스웨덴의 요청으로 소집됐으며, 미얀마 정부를 두둔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 러시아도 규탄 성명에 동참했다. 매튜 라이크로포트 주유엔 영국 대사는 “안보리가 미얀마 이슈에 대해 공식 성명을 채택한 것은 9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미얀마 정부군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번 사태를 인종 청소로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로힝야족의 3분의 1이 국경을 넘어 탈출한 상황을 설명하는데 그것보다 더 나은 표현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해지자 그는 이번 주 개막한 ‘제72차 유엔총회’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미얀마 군대의 정치적 영향력과 다수 불교도들의 로힝야족에 대한 반감을 감안하면 수지 여사가 군의 로힝야족 탄압을 제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대부분 거주하는 로힝야족은 1982년 미얀마 내 135개 소수민족에서 제외되면서 시민권 인정을 받지 못했고, 교육·의료 이용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